• 한여름에 눈밭에 발이 빠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 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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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눈밭에 발이 빠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욕지도 유동해변 해변정화 활동 후기

박은진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책임연구원 ejpark@osean.net

통영 중화항에서 배로 약 1시간이면 욕지도에 도착한다. 욕지도는 모노레일, 출렁다리, 고등어회 등으로도 유명하지만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아름다운 섬이다. 그러나 해양쓰레기 모니터링이나 미세플라스틱 연구 참여 경험이 있는 오션의 관계자라면 욕지도는 쓰레기가 가장 많은 곳이라는 안타까운 불명예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8월 9일, 국가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사업의 일환으로 오션의 직원들이 직접 욕지도 해변 청소에 나섰다. 욕지도 유동해변에 도착해서 가장 놀란 것은 해변의 몽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얗게 뒤덮고 있는 스티로폼 조각들이었다. 두툼하게 쌓여있는 스티로폼 부스러기 위를 걸으니 발이 푹푹 빠지는 것이 마치 폭설이 내린 눈밭 같았다. 우리는 이 스티로폼 눈밭을 삽으로 퍼담아야 했다. 바람이 살짝만 불어도 스티로폼 눈발이 마구 날려버려서 치우기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한여름에 경험한 눈도 놀라웠지만, 소복하게 쌓인 눈밭 위엔 온갖 종류의 플라스틱 쓰레기와 폐어구들이 가득 차 있었다. 100리터짜리 마대 자루에 쓰레기를 혼자 주워 담는데도 가득 채우기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거대한 1,000리터짜리 마대(1톤 마대라고 부른다.)도 금새 찼다. 20대 남학생 4명을 포함해 성인 10명이 정화 활동을 한 결과, 3시간 만에 1,000리터 마대 약 20개를 채웠다.

플라스틱 페트병, 식품이 담겨있던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용기, 고깔 모양의 장어 통발, 커다란 빨래 바구니, 신발, 커다란 스티로폼 부표, 페인트통, 그리고 혼자서는 들 수도 없는 거대한 어망들. 모두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쓰레기의 종류가 다양했고 양도 많았다. 일부러 쓰레기를 모아서 이 곳에 가져다 놓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최근 하와이에서 멸종 위기종인 물범이 장어 통발에 머리가 끼어 이를 구해준 사례가 보고되었다. 물범은 장난기가 많아서 통발을 가지고 놀기 위해 머리를 집어넣었는데 빠져나올 방법은 없었던 것이다. 통발이 무엇인지, 왜 고통받아야 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목숨마저 위협받고 있다. 욕지도에서 쓰레기를 줍다가 벨트 형태의 플라스틱 섬유에 따개비들이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쓰레기니까 마대 자루에 주워 담아야 하는건지, 따개비들이 자리잡고 살고 있는 터전이니까 그냥 두어야 하는건지 순간 고민이 되었다. 해변에서 발견되는 것은 전체 바다의 극히 일부분일테니 바닷속에는 이런 상황들이 훨씬 더 많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늘에 앉아서 땀을 식히며 쓰레기로 가득 차 우뚝 서 있는 1톤 마대를 보았다. 그 뒤로 펼쳐진 바다와 파도, 동글동글한 몽돌과 초록의 작은 섬들은 햇빛에 반짝거려 무척 아름다웠다. 바다는 이제 얼마나 더 우리를 기다려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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