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만의 '여성 챔피언'을 만나다 : 환경 ODA 성주류화 연구 현지조사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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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지역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있는 연구팀


마닐라만의 '여성 챔피언'을 만나다


환경 ODA 성주류화 연구 현지조사


김혜주 I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국제협력팀장 I hyejukim@osean.net



오션은 2021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해양환경공단과 공동으로, 필리핀 마닐라만의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관리 역량 강화 사업(Enhancing Marine Litter Management Project, 이하 EMLM 사업)을 수행해 왔다. 사업이 시작된 지 어느덧 5년, 오는 10월에는 그동안의 성과를 정리하는 포럼이 대대적으로 열린다. 포럼에서는 모니터링으로 마닐라만 해양쓰레기 문제가 어떻게 파악되었는지, 그에 따라 어떤 정책 문서가 마련되었는지, 시민과학 기반의 정화 활동을 통한 쓰레기 수거량은 얼마나 되고 인식제고 교육은 몇 명에게 이르렀는지와 같은 이야기가 오갈 것이다. 그런데 그 사업의 한복판에서 활동에 참여해 온 사람들의 삶은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 8월 말, 오션 국제협력팀은 이 질문을 품고 일주일간 필리핀 마닐라를 찾았다.



이번 방문은 오션이 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으로 진행 중인 학술 연구의 현지조사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해당 연구는 환경 ODA(공적개발원조)에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피는 연구로, 그중에서도 EMLM 사업을 통해 구축된 커뮤니티 기반 자원순환시설에 마을의 취약계층 여성들을 시설 운영자로 고용한 사례에 주목한다. 이러한 활동이 여성들의 역량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키웠는지, 나아가 이들이 정말로 시설의 주체적 운영자로 거듭났다면 그 경험에서 다른 ODA 사업에도 적용할 만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를 확인하려는 것이 연구의 주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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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스모키마운틴에 위치한 자원순환센터 전경



조사팀은 마닐라 남부의 파라냐케와 톤도의 스모키마운틴에 위치한 자원순환센터를 방문했다. 그중에서도 스모키마운틴은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늘 연기가 피어오르던 데서 이름 붙은 곳으로, 그 위에서 폐기물을 주워 생계를 잇던 빈곤층이 모여 살며 오랫동안 도시 빈곤의 상징으로 불려 온 지역이다. EMLM 사업은 바로 이 두 지역의 주민 여성들,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자리에 있던 취약계층 여성들을 선발해 이들을 '여성 챔피언(Women Champion)'으로 정식 고용했다. 시설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운영의 주체로 여성들을 세운 것이다. 최근 개발협력을 이야기할 때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는 늘 원칙으로 강조되지만, 정작 그것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또 어디서 멈추는지는 충분히 기록되지 못했다. 이 연구는 그 빈 곳을 채워 보려는 시도다.



사흘 동안 연구팀은 파라냐케와 톤도의 자원순환센터 현장을 둘러보고, 센터 운영에 참여해 온 여성들과 지역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마을 주민들이 센터로 가져온 쓰레기를 선별하고 재활용업체로 넘기는 일상 속에서 이들이 어떤 역할을 맡아 왔는지, 그 경험이 각자의 삶과 지역사회에서의 자리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가 대화의 중심이었다. 짧지만 밀도 높은 만남이었고, 연구팀은 여기서 모은 목소리들을 중심으로 분석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향후 논문과 보고서를 통해 그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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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지역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있는 연구팀



연구팀이 마닐라로 향하며 품었던 궁극적인 질문은 ‘사업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들의 삶은 과연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가’였다. 성과를 숫자로 정리하는 일만큼이나, 그 숫자 뒤에 선 사람들이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여전히 얻지 못했는지를 기록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자리에 있던 여성들의 경험은, 한국의 개발협력이 사람을 사업에 동원하는 수준을 넘어 삶을 바꾸는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마닐라만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가 더 나은 국제개발협력을 향한 하나의 단서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