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만 개 해양쓰레기를 숫자로, 과학으로, 정책으로 풀어낸 박사학위 논문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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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만 개 해양쓰레기를 
숫자로, 과학으로, 정책으로 풀어낸 박사학위 논문


이종수 박사(Ph.D.), 바다가 남긴 기록을 말하다


홍선욱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대표 sunnyhong@osean.net


16년의 데이터가 말해주는 해양쓰레기 현실


해안쓰레기 모니터링은 접근성이 높고 수거 방법이 비교적 간단하며 경제적인 면에서 효율적인 수단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국가 또는 지역 규모에서 장기간 반복 가능한 조사를 수행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한국의 국가해안쓰레기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의 지원을 받아 시민과학에 기반한 엄격한 절차와 일관된 정기 조사를 통해 2008년부터 2023년까지 16년간 수행되었다. 이는 매우 예외적이고 혁신적인 사례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결과에 대한 종합적 데이터 분석, 쓰레기 분포 특성의 심층 파악, 정책과의 연계성 평가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담배꽁초, 폭죽 잔재, 낚시 쓰레기처럼 양은 적더라도 생물 피해 등 특정 영역에서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항목에 대한 정밀 분석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오션의 이종수 책임연구원의 박사학위 논문은 큰 의미를 가진다. 그는 2025년 8월 국립경상대학교 해양시스템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며, 논문 “Long-term national shoreline debris monitoring: Findings and lessons from 16 years”를 발표했다. 한국의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사업에서 축적된 16년간의 데이터를 총망라한 첫 논문이다.



국내 데이터 분석에 앞서, 전 세계 31개 모니터링 사례 비교


논문 2장에서는 전 세계 31개의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사례를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맞춤형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설계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이 프레임워크는 국가별, 목적별, 자원별로 각기 다른 조건에서도 일관성과 과학성을 갖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덕분에 APEC 국가를 넘어 전 세계 다양한 국가와 지자체가 자기 지역 현실에 맞는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 세계가 통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 연구는 APEC의 직접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16년, 76만 개의 해양쓰레기 데이터로 본 바다의 변화


논문 3장에서는 전국 해안선 40개 지점에서 실시한 3,020회의 조사를 통해 수집된 총 76만여 개 해양쓰레기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시간적 변화, 쓰레기의 공간 분포, 그리고 정책의 실질적 효과와 한계를 밝혀냈다.


대표적 사례는 친환경 부표 보급 정책이다. 스티로폼 부표 쓰레기는 16년간 70% 이상 줄었지만, 기존에 버려진 부표와 여전히 사용 중인 부표가 부서지며 발생한 미세플라스틱 조각은 오히려 증가했다.


또한 그는 한국 해안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관리 품목 7종—어업·양식 기인 쓰레기(스티로폼 부표, 밧줄)와 일회용 플라스틱(음료수병, 뚜껑, 비닐봉지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밧줄과 일회용 플라스틱은 지금까지의 정책으로는 줄이지 못했고, 여전히 해안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쓰레기로 남아 있어 특화된 관리 강화가 시급하다.


이 모든 결과는 곧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투고될 예정이다.

 

낚시 쓰레기, 생물에게 가장 치명적이다


논문 4장에서는 전국 55개 낚시터에서의 165회 현장조사와 낚시인 374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낚시 쓰레기 문제를 분석했다.


낚시터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쓰레기는 낚싯줄과 낚시 바늘이었다. 모든 지역에서 낚시 쓰레기가 생활쓰레기보다 많았으며, 환경 유형에 따라 쓰레기 양도 달라졌다. 특히 낚싯줄·낚시바늘·납추는 야생 생물에게 가장 위험한 쓰레기로 분석됐다.


설문조사에서 96.3%의 낚시인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실제 장비를 버린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65%에 달했다. 주목할 점은 과반수 이상의 낚시인들이 낚시면허제 또는 허가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결과다. 이는 단순한 인식 제고를 넘어 제도적 관리 체계 필요성을 보여준다.


오션에서 13년째, 데이터와 정책을 있다


이종수 박사는 현재 오션의 모니터링 연구팀장으로 활동하며, 현장 데이터와 정책 사이를 잇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지질학과 학부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 석사를 마친 뒤 오션에 합류해 13년째 근무 중이다. 그는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사업의 책임자로서 전국 40여 개 시민단체의 조사를 통솔하고, 철저한 검수 시스템을 도입시민과학자가 수집한 데이터를 고품질 데이터로 발전시켰다.


또한 KOICA 사업으로 진행 중인 필리핀 마닐라만 해안에서도 동일한 방법을 적용해 데이터를 수집 중이며, 이는 올해 말 필리핀의 공식 데이터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북태평양 미세·대형 플라스틱 오염도 비교 연구, 2100년까지의 플라스틱 오염 전망 분석, 국내 미세플라스틱 전국 모니터링 사업 등을 수행해 왔다.


바다를 사랑하는 세 가지 마음


학위 취득 소감에서 그는 “오션이 제 인생에 가져다 준 변화와 성장을 돌아보니 오션 전오션 후로 나눌 수 있었다”며, 평소 강조하던 세 가지 마음(三念)을 되새겼다.


  • - 신념(信念): 해양쓰레기 연구와 문제 해결에 대한 믿음

- 집념(執念): 그 신념에 대한 열정과 끈기

- 전념(專念): 몰두하며 연구에 헌신하는 태도


그는 “이번 학위 취득 후에도 이 세 가지 마음을 지니고 정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6년간 연구에 매진해 온 그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며, 오션의 핵심 전문가로서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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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날 오랫만에 학위복을 입어 본 이종수 박사. 
새로운 박사의 탄생을 축하하는 꽃다발과 함께 그의 연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낚시 쓰레기 예술 작품 앞에서 찍은 기념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