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낚는 어부의 동남아 바다산책 [베트남 무이네(2)]
대나무 바구니 VS 비닐봉지
김상수 ㅣ 사진가, 해양수산칼럼니스트 ㅣ docusea@naver.com
판티엣(Phan Thiết)은 빈투언성(Binh Thuân Province)의 성도이다. 넉넉한 수산자원을 품은 판티엣만(灣)에 위치한 덕에 일찍부터 베트남 동남부의 수산업 중심 도시로 여겨져 왔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 글의 중심이 되는 무이네는 행정상 판티엣 시에 드는 14개의 방(坊; 우리 동에 해당)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규모다.
수산업과 더불어 판티엣시에서 내세우는 또 하나의 해양산업은 제염업이다. 소금은 판티엣의 지역특산품 대접을 받으며 연간 1,600만 톤 안팎을 생산해내는 베트남 전통어간장 느억맘(nước mắm)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

[사진 1. 2024년의 무이네 피싱빌리지 해변어시장. 백사장을 점령한 해양쓰레기 위에서 각자의 어획물을 갈무리하는 무이네 아낙네들. 해양쓰레기 대부분은 어획물을 담아왔다가, 하역 후 내버린 폐비닐이다.]
오션 뉴스레터에 게재될 원고를 위해 그동안 촬영해 놓은 베트남 어촌의 디지털 사진들을 연도별로 정리하며 살펴보던 중에 불현듯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판티엣과 무이네 새벽 어시장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해왔던 대나무 바구니 구경이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만 10년 전인 2014년을 전후한 무렵부터다. 지난 2008년과 그 이듬해에 이루어진 취재 때만 해도 생선 등 어획물을 선상정리하거나 운반하는데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도구가 대나무 바구니나 플라스틱 바구니였던 것에 비하자면 2014년 이후부터는 천양지차(天壤之差)라 해도 좋을 정도로 비닐봉지 사용이 보편화 되어있었다.
이런 상황은 내가 판티엣과 무이네를 재방문한 2014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베트남의 어촌에서 천편일률적이다시피 비닐봉지가 대나무 등 바구니 역할을 대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나무는 베트남에서 가장 흔한 목재 중의 하나이고, 그런 대나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판매하는 일을 생활 방편으로 여기는 대나무 공예 마을이 여러 곳인데도 말이다. 이런 대나무 공예마을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대나무 바구니나 소쿠리가 넘치게 생산되고 있음에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닐봉지로 대신하는 이유가 참으로 궁금하기만 하다.

[사진 2. 2009년, 느억맘용 작은 생선들을 가득 담은 채 판티엣 포구에 늘어선 생선바구니. 대나무 재질로 제작되었다]

[사진 3. 2009년의 판티엣 포구에 내려지는 대나무 바구니엔 어부들이 밤새 잡아내고 분류해낸 어획물이 담겨있다]

[사진 4. 2009년의 판티엣 포구. 물론 그때라고 해서 플라스틱 바구니가 사용되지 않았거나 어촌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깨어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진 5. 2009년 판티엣 포구. 대나무 바구니 운반선과 포구 한쪽에서 재사용을 위해 대나무 바구니를 세척하는 아낙네들]

[사진 6. 2008년의 무이네 어촌 앞 해변어시장. 방수천막천 위에서의 어획물 정리]

[사진 7. 2009년 9월의 무이네 어촌 앞 해변어시장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수산물. 이 상태로 어선에서 부려진 것이다]

[사진 8. 베트남 중부 대나무공예마을의 생선바구니 제작 모습]
우선 어부들이라면 대나무든 플라스틱이든 부피가 커다란 바구니에 비해 비닐봉지는 상대적으로 차지하는 공간이 좁다는 게 장점일 듯하다. 가뜩이나 비좁은 어선에 켜켜이 쌓아놓은 큼직한 바구니는 어획물로 채워 넣기 전까지는 영 성가시기만 한 존재가 아닌가.
[사진 9. 2014년 3월의 무이네 어촌 앞 해변어시장 앞바다에서 어획물의 비닐봉지 운반하는 어부를 처음 봤다]

[사진 10. 2014년 9월의 무이네 피싱빌리지 해변어시장. 대나무배에 비닐봉지에 담겨온 어획물을 그대로 받아오니 이만저만 편하게 아닐 것이다]
[사진 11. 2014년 무이네 어촌 앞 해변어시장 백사장에 쌓여있는 어획물 비닐봉지]
반면, 투명한 비닐봉지는 우선 값이 싸다. 게다가 어선 한구석에 놓았다가 조업이 끝난 후 잡아낸 어획물을 채워 넣으면 속이 훤히 내비치니 어종별 구별도 쉽고, 앞바다에 도착해 운반선인 바구니배로 옮겨 실을 때나 백사장에 부려놓을 때도 얼마나 편하겠는가?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승선어부들이 조업 후 선상에서 투명 비닐봉지에 깔끔하게 갈무리해왔으니, 다른 봉지에 덜어서 소매로 팔아도 좋고 도매로 통째 팔아도 좋을 것이다.
[사진 12. 2024년 4월, 비닐봉투에 담긴 어획물을 오토바이 가득 싣고있다]
문제는 비닐봉지의 뒤처리다. 사용하기 편한 만큼 버리기도 손쉬운 모양이다. 판티엣 포구 어시장에서나 무이네 피싱빌리지 앞 해변 어시장 사람들은 비닐봉지에 담겼던 어획물을 쏟아낸 뒤에는 ‘평소의 습관’대로 여기서 휙, 저기서 휙 하고 내버리는 일을 일상인 듯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쥐꼬리만큼의 죄의식도 없고, 공중도덕이나 관광객 등 남의 이목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채로 마구잡이식 투기(投棄)를 일삼는 듯하다.
[사진 13. 해양쓰레기가 널려있는 2024년의 무이네 피싱빌리지 해변어시장 전경]
그 결과로 무이네 피싱빌리지 어시장 사람들은 백사장 위를 뒤덮다시피 한 폐비닐 쓰레기더미 위에서 생선을 다듬고 분류하고 판매까지 하고 있지만, 함부로 버리고 방치하는 상황은 여전히 반복된다.
(다음 호에서 계속됩니다.)
사진 낚는 어부의 동남아 바다산책 [베트남 무이네(2)]
대나무 바구니 VS 비닐봉지
김상수 ㅣ 사진가, 해양수산칼럼니스트 ㅣ docusea@naver.com
판티엣(Phan Thiết)은 빈투언성(Binh Thuân Province)의 성도이다.
넉넉한 수산자원을 품은 판티엣만(灣)에 위치한 덕에 일찍부터 베트남 동남부의 수산업 중심 도시로 여겨져 왔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 글의 중심이 되는 무이네는 행정상 판티엣 시에 드는 14개의 방(坊; 우리 동에 해당)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규모다.
수산업과 더불어 판티엣시에서 내세우는 또 하나의 해양산업은 제염업이다. 소금은 판티엣의 지역특산품 대접을 받으며
연간 1,600만 톤 안팎을 생산해내는 베트남 전통어간장 느억맘(nước mắm)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사진 1. 2024년의 무이네 피싱빌리지 해변어시장. 백사장을 점령한 해양쓰레기 위에서 각자의 어획물을 갈무리하는 무이네 아낙네들. 해양쓰레기 대부분은 어획물을 담아왔다가, 하역 후 내버린 폐비닐이다.]
오션 뉴스레터에 게재될 원고를 위해 그동안 촬영해 놓은 베트남 어촌의 디지털 사진들을 연도별로 정리하며 살펴보던 중에 불현듯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판티엣과 무이네 새벽 어시장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해왔던 대나무 바구니 구경이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만 10년 전인 2014년을 전후한 무렵부터다. 지난 2008년과 그 이듬해에 이루어진 취재 때만 해도 생선 등 어획물을 선상정리하거나 운반하는데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도구가 대나무 바구니나 플라스틱 바구니였던 것에 비하자면 2014년 이후부터는 천양지차(天壤之差)라 해도 좋을 정도로 비닐봉지 사용이 보편화 되어있었다.
이런 상황은 내가 판티엣과 무이네를 재방문한 2014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베트남의 어촌에서 천편일률적이다시피 비닐봉지가 대나무 등 바구니 역할을 대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나무는 베트남에서 가장 흔한 목재 중의 하나이고, 그런 대나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판매하는 일을 생활 방편으로 여기는 대나무 공예 마을이 여러 곳인데도 말이다. 이런 대나무 공예마을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대나무 바구니나 소쿠리가 넘치게 생산되고 있음에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닐봉지로 대신하는 이유가 참으로 궁금하기만 하다.
[사진 2. 2009년, 느억맘용 작은 생선들을 가득 담은 채 판티엣 포구에 늘어선 생선바구니. 대나무 재질로 제작되었다]
[사진 3. 2009년의 판티엣 포구에 내려지는 대나무 바구니엔 어부들이 밤새 잡아내고 분류해낸 어획물이 담겨있다]
[사진 4. 2009년의 판티엣 포구. 물론 그때라고 해서 플라스틱 바구니가 사용되지 않았거나 어촌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깨어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진 5. 2009년 판티엣 포구. 대나무 바구니 운반선과 포구 한쪽에서 재사용을 위해 대나무 바구니를 세척하는 아낙네들]
[사진 6. 2008년의 무이네 어촌 앞 해변어시장. 방수천막천 위에서의 어획물 정리]
[사진 7. 2009년 9월의 무이네 어촌 앞 해변어시장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수산물. 이 상태로 어선에서 부려진 것이다]
[사진 8. 베트남 중부 대나무공예마을의 생선바구니 제작 모습]
우선 어부들이라면 대나무든 플라스틱이든 부피가 커다란 바구니에 비해 비닐봉지는 상대적으로 차지하는 공간이 좁다는 게 장점일 듯하다. 가뜩이나 비좁은 어선에 켜켜이 쌓아놓은 큼직한 바구니는 어획물로 채워 넣기 전까지는 영 성가시기만 한 존재가 아닌가.
[사진 10. 2014년 9월의 무이네 피싱빌리지 해변어시장. 대나무배에 비닐봉지에 담겨온 어획물을 그대로 받아오니 이만저만 편하게 아닐 것이다]
반면, 투명한 비닐봉지는 우선 값이 싸다. 게다가 어선 한구석에 놓았다가 조업이 끝난 후 잡아낸 어획물을 채워 넣으면 속이 훤히 내비치니 어종별 구별도 쉽고, 앞바다에 도착해 운반선인 바구니배로 옮겨 실을 때나 백사장에 부려놓을 때도 얼마나 편하겠는가?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승선어부들이 조업 후 선상에서 투명 비닐봉지에 깔끔하게 갈무리해왔으니, 다른 봉지에 덜어서 소매로 팔아도 좋고 도매로 통째 팔아도 좋을 것이다.
문제는 비닐봉지의 뒤처리다. 사용하기 편한 만큼 버리기도 손쉬운 모양이다. 판티엣 포구 어시장에서나 무이네 피싱빌리지 앞 해변 어시장 사람들은 비닐봉지에 담겼던 어획물을 쏟아낸 뒤에는 ‘평소의 습관’대로 여기서 휙, 저기서 휙 하고 내버리는 일을 일상인 듯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쥐꼬리만큼의 죄의식도 없고, 공중도덕이나 관광객 등 남의 이목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채로 마구잡이식 투기(投棄)를 일삼는 듯하다.
그 결과로 무이네 피싱빌리지 어시장 사람들은 백사장 위를 뒤덮다시피 한 폐비닐 쓰레기더미 위에서 생선을 다듬고 분류하고 판매까지 하고 있지만, 함부로 버리고 방치하는 상황은 여전히 반복된다.
(다음 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