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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의 영롱한 구슬? 플라스틱 병 - 말레이시아 셈포르나(2편)

2024-09-26


사진 낚는 어부의 동남아 바다산책

[말레이시아 셈포르나(2편)]


수면 위의 영롱한 구슬? 플라스틱 병


김상수  |  사진가, 해양수산칼럼니스트  |  docusea@naver.com



말레이시아 사바 주에 속한 셈포르나(Semporna) 주변에는 섬이 제법 많다. 유인도도 있고 무인도도 있다. 그 중 한 섬에 한동안 머물 수상가옥을 짓고 살거나 레파를 정박시킨 채 머무는 바자우족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으니 그 섬은 당연히 무인도다. 아침나절에 셈포르나 포구에서 보트를 세내어 타고 아갈-아갈(Agal-Agal)을 양식하는 바자우족 어부들을 만나기 위해 셈포르나 앞 바다로 나섰다.


[사진 1. 눈에 보이는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먼 거리에 나앉은 섬들. 셈포르나 포구 기준, 먼 섬부터 갔다가 가까운 섬 순으로 방문하기로 했다. 청정바다 수면 위로 영롱하게 빛나는 게 보인다. 수많은 구슬, 처음에는 윤슬인줄 알았다(윤슬은 햇빛에 비친 잔물결을 표현하는 우리말이다). 곧 밝혀진 구슬의 정체는 수백 수천 개의 플라스틱 물병과 한때 음료수가 담겨있던 페트병 무리다.]


보트가 다가갈수록 놀랍기만 했다. 부이대신 사용하는 그 많은 플라스틱제 병들 때문이다. 선체가 낮은 보트이니 내 시야는 수면보다 약간 높은 정도인 만큼 중첩되어 더 많아 보일 수도 있겠다싶어 중심을 잡고 일어서서 다시 둘러봤다.


역시 많다.


[사진 2. 바자우족 선장이 들어보이는 아갈-아갈.] 


두 번째 동행중인 바자우족 보트 캡틴이 수면 위에 떠있는 물병 한 개를 잡아 올리니 아갈-아갈이 줄줄이 달려있는 친승줄이 드러난다. 이런 아갈-아갈(Agal-Agal)은 우뭇가사리의 한 종류다. 셈포르나 주변 해조류양식장의 원래주인은 대부분 화교이고, 바자우 남정네들은 양식과 채취, 건조까지 책임져야 하는 월급제 고용어부라는 게 캡틴의 설명이다.


플라스틱 병 사이로 배 위에서 작업하는 두 어부가 보인다. 


[사진 3. 친승줄에 남아있던 비닐끈을 잘라버리는 바자우 어부. 비닐 끈들은 바다 속에 그대로 버려진다.]


[사진 4. 친승줄에 아갈-아갈을 묶는 이식작업중인 바자우 어부.]


첫 번째 바자우 어부는 친승줄에 아갈-아갈을 묶어놓았던 비닐 끈을 미련 따위는 없이 잘 벼린 칼로 잘라내서 바다에 버리고 있다. 어린 아갈-아갈은 새 비닐 끈으로 묶어놓았으니 낡은 끈은 거치장거릴 뿐이어서 없애는 게 편한 모양이나 깊지 않은 바다 속에 그대로 가라앉아 썩지도 않고 버틸 터다.


두 번째 바자우 어부는 작업해온 아갈-아갈 토막을 친승줄에 비닐 끈으로 묶는 이식 작업을 하고 있다. 파도가 없더라도 엽체(葉體)가 자랄수록 무거워질 터이니 단단히 묶어야 버텨낼 것이다. 한 달 보름 후, 다자란 아갈-아갈을 채취하고는 미련 없이 잘라버릴지언정.


두 어부의 주변에는 참으로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 병들이 수면 위에 동동 떠있다. 물이 담겼던 병, 음료수가 담겼던 병에 샴푸가 들어있던 컬러풀한 플라스틱 병도 보인다. 물에 뜨는 플라스틱 병이라면 뭐든지 사용할 기세여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사진 5. 아갈-아갈 친승줄을 수중에 뛰워놓는 플라스틱 병은 종류도 다양하다.]


[사진 6. 플라스틱 병의 부력으로 버티는 아갈-아갈 친승줄.]


[사진 7. 먼 수평선에 세워진 수상가옥과 그 앞의 양식장 전경.] 


바자우족이 정착했다는 마이가(Maiga)섬으로 가기 위해 보트를 돌렸다. 이미 제법 먼 거리까지 나왔으니 마음이 급해진 캡틴이 선속을 올리려는 찰라 예닐곱 채의 수상가옥이 내 눈에 띈다. 그 주변에도 플라스틱 병 천지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일단 보트부터 세워 놓은 뒤 염치 불고하고 수상가옥 방향으로 손짓을 했다. 캡틴은 두 말없이 선수를 틀어준다. 그렇게 다가간 바다는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아갈-아갈 양식장도, 친승줄에 묶여있는 플라스틱 병도 다를 바 없고, 뒤에 배경인 듯 보이는 쓰러져가는 수상가옥 한 채가 안쓰러울 뿐이다.


[사진 8. 허물어져 가는 수상가옥과 무질서하게 흩어져있는 부이 대용 플라스틱 병들.] 


[사진 9. 뱃머리가 들릴만큼 속도를 내던 캡틴이 보트를 급히 멈춘다. 작은 쓰레기섬을 갈아버린 탓이다.] 


다시 한 번 시계를 보며 뱃머리가 들릴 정도로 선속을 올리는 캡틴이다. 그러려나 싶던 찰나에 다시 한 번 급정거를 하는 보트. 수면부터 수중까지 뭉쳐있던 작은 ‘쓰레기 섬’을 갈아버린 탓이다. 캡틴이 프로펠러에 이상이 생겼는지 푸드득 거리다가 꺼지는 엔진을 살펴보는 순간 배 옆으로 온갖 쓰레기가 뒤섞인 쓰레기 섬이 ‘헤쳐모여’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보트는 큰 탈이 없는지 시동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