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낚는 어부의 동남아 바다산책
일몰 풍경만 명불허전이면 뭐하나?
인도네시아 (2편) 발리
김상수 | 사진가, 해양수산칼럼니스트 | docusea@naver.com
[사진 1. 밋밋한 다른 해안 일몰에 비해 주쿵 등 크고 작은 어선 위로 붉은 해가 떨어지는 짐바란 일몰 풍경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발리(BALI)는 인도네시아 소순다열도의 최서단에 위치한다. 누사 페니다와 누사 렘봉안, 누사 체닝안 등 품안에 둔 크고 작은 섬들을 포함하는데, 본섬인 발리의 총면적은 5,590평방 킬로미터로 제주도 세 배에 해당하는 크기다. 짐바란(Jimbaran)은 본섬인 발리 남쪽에 위치한 어촌이자, 어시장이 들어있는 수산 중심지이다. 게다가 명불허전(名不虛傳), 발리 일몰 관광지의 얼굴이기도 하여 해가 질 무렵이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씨푸드 레스토랑 거리’로 몰려든다.
[사진 2. 발리 어촌, 짐바란 앞바다에서 조업 중인 소형 자망어선의 그림 같은 원경]
[사진 3. 망원렌즈로 줌인한 자망에는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이 생활 쓰레기만 걸려있었다.]
짐바란 끄동안안(Kedonganan) 해안은 발리 여행 때마다 1순위 방문지인데, 이유는 내 기억 속에서나 살아 꿈틀거리는 우리 어촌의 활기찼던 모습이 오버랩 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바다 건너, 여객기로 7시간 반이 넘는 거리인 인도네시아 하고도 발리에서 우리 어촌의 옛 모습을 떠올리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다소 뜬금없으나 달리 설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런 끄동안안에서도 내 관심을 끄는 것은 새벽마다 온 해안을 뒤덮을 듯 메우는 하는 수많은 일손, 그것도 젊은 일손들과 그 일손들 심심찮게 하는 어획량이었다.
발리 새해인 녜피(Nyepi)를 앞둔 2022년 3월의 새벽, 끄동안안 바다에서 조업 중인 짐바란 어부들의 모습이 보기 좋아 망원렌즈로 줌인을 했다가 화들짝 놀랐다. 바다 속에 드리웠던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게 물고기가 아니라, 폐그물과 생활 쓰레기였기 때문이요, 내가 알던 짐바란 앞바다가 아닌 듯해서다. 백사장 쪽으로 다가선다. 막 입항한 소형어선에서 밤새 잡아낸 어획물을 내리고 있는데, 그 주변 역시 생활 쓰레기로 너저분하다.
[사진 4. 나름 정돈되어 보였던 왕년의 반짝 어시장]
[사진 5. 무심한 좌판 상인들 뒤로 보이는 최근의 생활 쓰레기]
내친김에 ‘반짝 어시장’쪽으로 올라가본다. 더위를 피해 새벽부터 아침나절까지 잠깐 열렸다가 흩어지는 좌판어시장이다. 앞바다 속 상황에 대한 해답이 그 주변에 있었다. 좌판을 펼친 상인들은 생선 위로 몰려드는 파리를 쫓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고, 그런 상인들 뒤로 수북한 생활 쓰레기 더미가 길게 줄을 잇고 있다.
본격적인 수산시장인 끄동안안어시장 건너 해변에도 온갖 생활 쓰레기와 건축폐기물까지 투기된 채 방치되어 있다. 이리저리 다니며 사진촬영을 하며 시선을 어지럽게 하면 “뭐 하는 거요?”하며 물을 만도 한데, 쓰레기도 내게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 잔뜩 기대하고 새벽부터 찾아간 짐바란은 이렇게 달라져 있었다. 롬복으로 건너가기까지 연 사흘간 새벽마다 방문했는데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사진 6. 짐바란 끄동안안 해변에 널린듯한 생활 쓰레기]
발리에서 ‘물주 노릇’을 마다않는 세계의 신혼여행객 등 관광객들이 굳이 밝은 대낮에 생선 비린내와 쓰레기 냄새가 뒤섞인 끄동안안 해안이나 어시장주변까지 찾아오는 일은 흔치않다. 물론, 약간의 수고비를 받고 어시장에서 구입한 싱싱한 생선이나 조개를 야자 껍질로 만들어낸 숯에 특유의 양념을 발라가며 즉석에서 조리해주는 ‘바까르 이깐(bakar ikan)’ 구이집까지 알고 있는 여행생활자라면 수시로 방문하겠지만, 이들 역시 방치된 해양쓰레기 따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현실이다.
[사진 7. 바다와 해변을 오로지 쓰레기 투기장으로만 여기는 것은 아니리라.]
[사진 8. 몇 백 미터만 더 가면 관광객들이 일몰 속에 해산물 음식을 즐기는 레스토랑 즐비한 해안이다.]
반면, 일몰에 모든 게 가려지는 저녁시간이면 상황은 달라진다. 생활 쓰레기로 오염된 끄동안안은 어둑어둑해져 코앞도 보이지 않을지언정, 그곳으로부터 500여 미터쯤 떨어진 ‘짐바란 씨푸드 레스토랑 거리’는 화려한 변신 중이기 때문이다. 부분조명 내리비치는 컬러풀한 테이블 위가 온갖 수산물 음식으로 채워지니 주변에 눈 돌릴 이유도, 여유도 없는 것이다. 그런 중에 일몰까지 시작되면 그 명불허전의 풍경만 기억될 터이다.
[사진 9. 짐바란은 ‘일몰 맛집’으로 유명하다. 풍경과 더불어 싱싱한 수산물로 즉석에서 차려내는 전문점으로 관광객이 몰려든다.]
사진 낚는 어부의 동남아 바다산책
일몰 풍경만 명불허전이면 뭐하나?
인도네시아 (2편) 발리
김상수 | 사진가, 해양수산칼럼니스트 | docusea@naver.com
[사진 1. 밋밋한 다른 해안 일몰에 비해 주쿵 등 크고 작은 어선 위로 붉은 해가 떨어지는 짐바란 일몰 풍경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발리(BALI)는 인도네시아 소순다열도의 최서단에 위치한다. 누사 페니다와 누사 렘봉안, 누사 체닝안 등 품안에 둔 크고 작은 섬들을 포함하는데, 본섬인 발리의 총면적은 5,590평방 킬로미터로 제주도 세 배에 해당하는 크기다. 짐바란(Jimbaran)은 본섬인 발리 남쪽에 위치한 어촌이자, 어시장이 들어있는 수산 중심지이다. 게다가 명불허전(名不虛傳), 발리 일몰 관광지의 얼굴이기도 하여 해가 질 무렵이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씨푸드 레스토랑 거리’로 몰려든다.
[사진 2. 발리 어촌, 짐바란 앞바다에서 조업 중인 소형 자망어선의 그림 같은 원경]
[사진 3. 망원렌즈로 줌인한 자망에는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이 생활 쓰레기만 걸려있었다.]
짐바란 끄동안안(Kedonganan) 해안은 발리 여행 때마다 1순위 방문지인데, 이유는 내 기억 속에서나 살아 꿈틀거리는 우리 어촌의 활기찼던 모습이 오버랩 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바다 건너, 여객기로 7시간 반이 넘는 거리인 인도네시아 하고도 발리에서 우리 어촌의 옛 모습을 떠올리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다소 뜬금없으나 달리 설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런 끄동안안에서도 내 관심을 끄는 것은 새벽마다 온 해안을 뒤덮을 듯 메우는 하는 수많은 일손, 그것도 젊은 일손들과 그 일손들 심심찮게 하는 어획량이었다.
발리 새해인 녜피(Nyepi)를 앞둔 2022년 3월의 새벽, 끄동안안 바다에서 조업 중인 짐바란 어부들의 모습이 보기 좋아 망원렌즈로 줌인을 했다가 화들짝 놀랐다. 바다 속에 드리웠던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게 물고기가 아니라, 폐그물과 생활 쓰레기였기 때문이요, 내가 알던 짐바란 앞바다가 아닌 듯해서다. 백사장 쪽으로 다가선다. 막 입항한 소형어선에서 밤새 잡아낸 어획물을 내리고 있는데, 그 주변 역시 생활 쓰레기로 너저분하다.
[사진 4. 나름 정돈되어 보였던 왕년의 반짝 어시장]
[사진 5. 무심한 좌판 상인들 뒤로 보이는 최근의 생활 쓰레기]
내친김에 ‘반짝 어시장’쪽으로 올라가본다. 더위를 피해 새벽부터 아침나절까지 잠깐 열렸다가 흩어지는 좌판어시장이다. 앞바다 속 상황에 대한 해답이 그 주변에 있었다. 좌판을 펼친 상인들은 생선 위로 몰려드는 파리를 쫓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고, 그런 상인들 뒤로 수북한 생활 쓰레기 더미가 길게 줄을 잇고 있다.
본격적인 수산시장인 끄동안안어시장 건너 해변에도 온갖 생활 쓰레기와 건축폐기물까지 투기된 채 방치되어 있다. 이리저리 다니며 사진촬영을 하며 시선을 어지럽게 하면 “뭐 하는 거요?”하며 물을 만도 한데, 쓰레기도 내게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 잔뜩 기대하고 새벽부터 찾아간 짐바란은 이렇게 달라져 있었다. 롬복으로 건너가기까지 연 사흘간 새벽마다 방문했는데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사진 6. 짐바란 끄동안안 해변에 널린듯한 생활 쓰레기]
발리에서 ‘물주 노릇’을 마다않는 세계의 신혼여행객 등 관광객들이 굳이 밝은 대낮에 생선 비린내와 쓰레기 냄새가 뒤섞인 끄동안안 해안이나 어시장주변까지 찾아오는 일은 흔치않다. 물론, 약간의 수고비를 받고 어시장에서 구입한 싱싱한 생선이나 조개를 야자 껍질로 만들어낸 숯에 특유의 양념을 발라가며 즉석에서 조리해주는 ‘바까르 이깐(bakar ikan)’ 구이집까지 알고 있는 여행생활자라면 수시로 방문하겠지만, 이들 역시 방치된 해양쓰레기 따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현실이다.
[사진 7. 바다와 해변을 오로지 쓰레기 투기장으로만 여기는 것은 아니리라.]
[사진 8. 몇 백 미터만 더 가면 관광객들이 일몰 속에 해산물 음식을 즐기는 레스토랑 즐비한 해안이다.]
반면, 일몰에 모든 게 가려지는 저녁시간이면 상황은 달라진다. 생활 쓰레기로 오염된 끄동안안은 어둑어둑해져 코앞도 보이지 않을지언정, 그곳으로부터 500여 미터쯤 떨어진 ‘짐바란 씨푸드 레스토랑 거리’는 화려한 변신 중이기 때문이다. 부분조명 내리비치는 컬러풀한 테이블 위가 온갖 수산물 음식으로 채워지니 주변에 눈 돌릴 이유도, 여유도 없는 것이다. 그런 중에 일몰까지 시작되면 그 명불허전의 풍경만 기억될 터이다.
[사진 9. 짐바란은 ‘일몰 맛집’으로 유명하다. 풍경과 더불어 싱싱한 수산물로 즉석에서 차려내는 전문점으로 관광객이 몰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