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고창갯벌, 시민과학의 힘으로 222kg 해양쓰레기와 작별하다

2025-10-27


세계자연유산 고창갯벌, 

시민과학의 힘으로 222kg 해양쓰레기와 작별하다


박해주 |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교육홍보팀 | hjpak@osean.net



2025 고창갯벌 Big Garbage Race,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37명이 만든 새로운 해양쓰레기 캠페인의 시작


전라북도 고창군 외죽도. 2025년 9월 27일 토요일 아침,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이 천혜의 갯벌에 특별한 손님들이 도착했다.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11개 팀 37명의 참가자들이 트랙터를 타고 외죽도 해안가에 상륙한 것이다.


'2025 고창갯벌 Big Garbage Race'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단순한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을 넘어선 의미를 담고 있었다. 행동하는 생태교육센터 함께지구와 고창군이 공동 주최하고,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OSEAN)이 함께한 이날 행사는 '시민과학'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해양환경 문제에 접근하는 실험이었다.


사진1) 트랙터를 타고 갯벌에 들어가는 참가자들


바다기사단 앱으로 무장한 37명의 시민과학자들


"여러분은 오늘부터 시민과학자입니다!"

OSEAN 홍선욱 대표의 목소리가 외죽도 해안가에 울려 퍼졌다. 참가자들은 '바다기사단' 앱을 활용해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기록하고 분류한다. OSEAN 연구진은 활동 전 안전 수칙과 앱 사용법을 설명했다. 스마트폰으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종류를 분류하고, 데이터를 기록하는 시민과학 활동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사진2) 해양쓰레기 무게를 기록하는 참가자


11개 팀은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든 마대를 들고 해안가로 흩어졌다. 플라스틱 물병이나 물티슈는 제공되지 않았고, 대신 리유저블 컵이 준비된 제로웨이스트 행사였다. 참가자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서도 쓰레기 하나하나를 꼼꼼히 기록하며 열정적으로 활동에 임했다.


사진3) 해양쓰레기를 분류하는 어린이 참가자들


사진4) 분류 작업에 집중하는 참가자들


스티로폼 부표 33%, 페트병 31%... 868개 쓰레기가 전하는 메시지


약 한 시간의 활동 끝에 집계된 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37명이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총 222kg, 개수로는 868개에 달했다. 가장 많이 발견된 쓰레기는 스티로폼 부표(33%)와 페트병(31%)이었다. 김 양식에 사용되는 케이블 타이, 중국에서 떠내려온 부표까지 다양한 종류의 해양쓰레기가 수거됐다.


사진5) 활동 후 한곳에 모인 해양쓰레기


사진6) 중국 기인 추정 부자(浮子) 쓰레기


특히 이날 활동 중 2016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달랑게가 목격되었다. 연안 개발과 오염으로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이 희귀 생물과 대량의 해양쓰레기가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현실은 참가자들에게 환경보호의 시급성을 실감하게 했다.


투명한 공개, 그리고 진정성 있는 시민과학


이번 행사에는 특별한 운영 방식이 적용됐다.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실제 수거한 쓰레기는 행사 진행팀이 사전에 내죽도 뒷편 암반지대에서 수거해 당일 아침 해안가에 배치한 것이었다. 이는 처음 해양쓰레기 문제를 접하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활동하면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한 교육적 배려였다.


홍선욱 대표는 이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오늘 활동의 핵심은 쓰레기를 줍는 것이 아니라, 해양쓰레기 문제를 인식하고 관심을 갖는 시민과학자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7) 긴 막대 모양의 해양쓰레기를 살펴보는 어린이 참가자


해양쓰레기의 현실을 담은 강연


점심 이후에는 람사르고창갯벌센터에서 오션(OSEAN) 홍선욱 대표의 강연이 이어졌다. 홍 대표는 해양쓰레기가 무엇인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해양쓰레기 종류는 무엇인지 등 해양쓰레기 기초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또 이날 수거된 쓰레기의 특성과 특징을 분석하며, 참가자들이 직접 경험한 활동의 의미를 되새겼다.

"하늘에서 집게가 내려왔다?" - 4개 부문 시상식


람사르고창갯벌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고창군수가 직접 시상자로 나섰고, OSEAN이 심사를 맡았다. 홍선욱 대표는 심사평에서 "오늘 여러분이 수거한 쓰레기는 단순히 바다를 깨끗하게 만든 것을 넘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환경을 지키는 소중한 씨앗을 심었다"고 평가했다.

- 빅가비지상 (쓰레기를 가장 많이 수거한 팀) 3명이서 1인당 12.7kg이라는 최고 수거량을 기록한 '라온이네'팀이 수상했다. 부상으로 상하농원 숙박권이 제공됐다.

- 스페셜가비지상 (특별하거나 외국기인 쓰레기를 발견한 팀) "하늘에서 집게 쓰레기가 내려왔다"는 독창적인 표현과 "옷을 잃어버린 어부님은 집에 잘 가셨을까"라는 유머러스한 관찰로 주목받은 '빨간뱀장어'팀이 수상했다. 마이크로 에코 킥보드가 부상으로 주어졌다.

- 베스트아이디어상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한 팀) 울릉도 경험을 바탕으로 파도에 쓰레기가 모이는 곳에 포집기를 설치하자는 실용적 제안을 한 '바다밖에몰랑'팀이 선정됐다. 고창 풍천장어가 부상이었다.

- 베스트리뷰상 (우수한 참가 후기를 작성한 팀) 행사를 '패밀리 서바이벌'로 표현하며 "흙투성이가 된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희망을 발견했다"는 감동적인 후기를 남긴 '초코빵'팀이 수상했다. 파타고니아 힙색이 부상으로 제공됐다.


사진8) 표창장을 들고 기념촬영하는 ‘라온이네’ 팀


사진9) 고창군수로부터 스페셜가비지상을 전달받는 ‘빨간뱀장어’ 팀

제로웨이스트의 완벽한 실현, 그리고 미래


이날 행사의 주목할 점은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실현이었다. 플라스틱 물병 대신 리유저블 컵 시스템 운영, 폐현수막으로 만든 쓰레기 수거 마대 사용, 물티슈 미제공 등 행사 자체가 하나의 환경 메시지를 전달했다. 참가자들은 리유저블 컵을 사용한 후 반납하는 시스템에 적극 협조했다.


외죽도의 그늘 없는 환경, 화장실이 없는 불편한 조건에서도 참가자들은 끝까지 활동을 완수했다. 초등학생 참가자가 "우리가 바다를 도왔어요!"라고 말하는 모습, 직장인 참가자가 쓰레기 봉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들은 이 행사가 만든 긍정적 변화를 보여주었다.


죽도 컵케이크 만들기 체험, 갯벌생물 관찰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진행됐다. '2025 고창갯벌 Big Garbage Race'는 환경보호를 의미 있는 축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10) 자신의 몸만 한 해양쓰레기를 들어 올린 참가자


동아시아 바다의 미래를 그리다


868개의 쓰레기, 222kg의 무게. 이 숫자들은 단순한 통계를 넘어 37명의 시민이 만든 변화의 시작점이다.


OSEAN과 함께한 이날의 시민과학 활동은 해양환경 문제 해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참여형 환경운동의 모델을 보여준 것이다.


세계자연유산 고창갯벌에서 시작된 이날의 활동은 향후 지역 해양환경 보호 활동의 중요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빅가비지 레이스는 끝났지만, 37명의 시민과학자가 시작한 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11) 유리쓰레기를 들어 보이는 어린이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