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양쓰레기 시민과학 모범 사례들

2023-02-27

국제 해양쓰레기 시민과학 모범 사례들


장윤정 ㅣ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연구원 ㅣ yoonie.jang@osean.net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하 ‘오션’)은 ‘필리핀 마닐라만 해양쓰레기 관리 사업’의 일환으로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조사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그 중 두번째 날은 오션의 홍선욱 대표를 시작으로 네 명의 초청연사가 해양쓰레기 관련 시민과학 모범사례 발표를 했다. 초청연사는 인도네시아 폐기물 플랫폼의 말타 무슬린 코디네이터, 대만 인디고워터스의 제이슨 후 연구책임자, 호주 탕가로아블루의 하이디 테이트 대표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강연에서 오션의 홍선욱 대표는 다양한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방법론을 소개했다. 대형쓰레기는 일정한 해변 구간 내에서 눈에 띄는 쓰레기를 손으로 주워 종류별 개수와 무게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조사한다. 대형쓰레기는 종류를 구분하기 쉽고, 발생원도 비교적 쉽게 추정할 수 있다. 해변의 쓰레기 양을 시각적으로 추정하는 신속평가 방법도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방형구를 이용하고, 해변의 모래를 채로 쳐서 수집하는데, 자연물에서 분리하기 위해 밀도 차이를 이용한다. 미세플라스틱의 정성적 분석을 위해 분광장비를 사용하고, 정량적 판별을 위해 현미경을 사용한다. 최근 드론, 풍선, 웹캠, 인공위성 등 원격탐지 장비를 이용한 해양쓰레기 조사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 발 맞추어 오션에서 활동하는 바다기사단 중 스카이나이츠는 공중 드론으로 해양쓰레기를 조사하고 있으며, 영상처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해변의 쓰레기 피복도를 계산하기도 한다. 간단한 방법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해양쓰레기 조사를 할 수도 있는데, 셀카봉으로 낮은 고도에서 촬영한 고해상도 영상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촬영한 영상은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시켜 자동으로 해양쓰레기를 식별하고 양을 계산하는 인공지능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두번째 강연은 온라인으로 연결하여호주 탕가로아블루의 하이디 테이트 대표가 재단 소개와 함께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조사 사례를 공유했다. 탕가로아블루는 2004년 설립되어 유엔환경계획(UNEP) 등과 협력하여 해양환경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해양쓰레기 정화, 데이터수집 및 분석, 쓰레기 예방 활동, 특히 담배꽁초 캠페인 등을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퀸즐랜드 주정부와 ‘담배꽁초를 무심코 버리는 행위 근절(Ditch the Flick)’이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는 축구 경기장처럼 담배를 많이 피우는 장소에 담배꽁초 형태의 쓰레기통을 만들어 배치하는 활동으로, 결과가 효과적이어서 프로젝트와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구와 그물을 잃어버린 어업인들이 이 단체를 찾아와 상의하고, 공동으로 그물을 찾는 활동을 진행하는 등 해양쓰레기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와 협력하고 있다.


▲ 하이디 테이트 대표의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관련 논문 소개


세번째 강연으로 인도네시아 폐기물 플랫폼의 국가 코디네이터인 말타 무슬린이 인도네시아에서 시행되었던 모범사례를 소개했다. 먼저 2019년 오션과 협력하여 진행한 코모도 국립공원 모니터링 조사에 대해 설명했다. 코모도 섬 대부분의 해안지역은 관광을 이유로 사유화되어서 접근하기 어렵고 데이터 수집이 거의 불가능했으나, 주민들과 어민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고, 이에 대해 소액을 보상받아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또한 공동체 지원활동을 통해 마을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어민들의 폐어구 수집 활동을 독려하면서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모니터링 조사를 잘 수행했다. 2022년에는 약 2천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섬지역에서 51톤의 플라스틱을 수집했다. 어업이 이루어지는 지역에서 가장 심각한 얼음비닐봉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노력하였다. 마을여성들은 집에서 얇은 비닐봉지에 물을 담아 얼린 얼음비닐봉지를 어민들에게 판매한다. 어민들은 어획한 물고기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비닐봉지를 찢어 얼음을 사용한 뒤 비닐을 바로 바다에 버려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고자 인식개선을 위한 동영상과 안내책자를 제작하고, 어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방문하여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직접적인 해결방법으로는 일회용 얼음비닐봉지가 아닌 얼음팩을 생산하려고 계획 중이다.


▲ 인도네시아 말타 무슬린이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조사 프로젝트의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네번째 강연으로 대만 비정부 단체인 인디고워터스의 제이슨 후가 단체 대표인 옌닝을 대신하여 ‘4년간 축적한 모니터링 데이터의 활용 - 깨끗한 해변을 위하여’ 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대만에서 발견되는 해양쓰레기의 특징은 스티로폼 조각들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특히 우기인 몬순 시기에 쓰레기들이 축적되는 지점들은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쓰레기가 많다. 따라서 효과적인 모니터링 신속평가를 위해 일본에서 활용하고 있는, 90리터 용량의 쓰레기 봉투를 기준으로 쓰레기 양을 측정 할 수 있는 단위를 정하였다. 쓰레기의 양, 축적 지점, 그리고 주요 쓰레기 형태를 파악하여 신속 평가를 할 수 있었다. 50명으로 구성된 시민과학팀이 여전히 이 조사방식으로 대만의 168개 지점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 조사는 데이터 수집으로 이어지는데, 펑후섬을 중심으로 수집된 모니터링 데이터는 책임 당국을 파악하여 정기적으로 이를 공개하고 모든 시민들이 해안의 실태를 알수 있도록 했다. 또한 모니터링 데이터를 통해 주요 쓰레기 형태를 분석한 결과, 어구와 스티로폼 부표가 주된 항목으로 나와 이에 근거해 어구 실명제를 도입하였다. 특히 대만의 쓰레기 축적 지점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 풍량 데이터를 수집하고 지점을 관찰하면서 재난 상황에 대한 예측가능 확률을 높이려고 노력 중이다.


▲ 대만의 해양쓰레기 문제를 소개하는 제이슨 후


▲ 90리터 봉투를 기준으로 한 쓰레기 양 측정법을 설명하는 제이슨 후(왼쪽, 인디고워터스 연구책임자)와

사이즈를 가늠할 수 있도록 시범을 보여주는 앨리시아 로(오른쪽, 오션 연구원)


마지막 강연에서는 인디고워터스의 제이슨 후가 강 유역 쓰레기의 분포와 역학을 이해하기 위한 재미있는 실험을 소개했다. 몬순기간에 하천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분석하기 위해 대만의 하천 지역 두 곳(탐수이, 가오핑)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는 공공용 14리터 봉투를 사용했다. 조사결과 강 상류보다는 강 하구의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상류는 투기한 쓰레기가 많고, 강 하류는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들이 많다는 특징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해안 지역의 쓰레기와도 구별된다. 이 실험은 나무토막 표류장치 및 GPS병을 강에 던진 뒤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활동이었다. 실험의 결과를 통해 표류장치가 축적되는 곳이 쓰레기가 많이 모이는 지점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쓰레기는 바람이나 조수간만의 차와 같은 하천의 흐름에 따라 이동하거나 바다로 흘러간다. 이 실험은 사이클링과 카약을 즐기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포함하여 이루어졌는데, 여기서 시민과학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2023년에는 이 실험을 중심으로 대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인디고워터스에서 제작한 나무토막 표류장치와 강 유역에 나무토막 표류장치를 던지는 모습(출처: 인디고워터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