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낚는 어부의 동남아 바다산책
쓰레기 해변을 맨발로 오가는 바닷가 사람들
인도네시아 (1편) 롬복
김상수 | 사진가, 해양수산칼럼니스트 | docusea@naver.com

[사진 1. 착륙을 앞둔 여객기에서 내려단 본 롬복 전경]
인도네시아 소순다열도 발리와 서부 누사 텡가라(Nusa tenggra)주 롬복 섬 사이에는 바다가 끼어있다. 남쪽, 가장 좁은 바다의 폭은 18킬로미터 정도에 불과 하지만,북쪽은 제법 넓어 40킬로미터에 이른다. 섬 사이에 들어있는 좁은 바다니 ‘롬복해협’으로도 불린다. 총길이 40킬로미터로 인도양과 자바 해를 잇는 물길이기도 하고,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의 해수가 교류하는 주요 통로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사이를 가르는 월리스선(Wallace Line)도 이 해협 위를 지난다. 발리와 롬복에 서식하는 생물에 차이가 난다는 가상의 ’동물 분포 경계선‘이 바로 월리스선이다.

[사진 2. 새벽 6시에 도착한 롬복 최대의 어항(漁港), 딴중 루아르(TanjungLuar). 사위는 여전히 어슴푸레한데, 어둠을 뚫고 어지럽게 교차되는 헤드라이트에 각종 차량 엔진소리며,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장꾼들의 고함소리 등등 온갖 소음이 난무한다. 이런 첫인상의 딴중 루아르는 포구와 어시장이 구별 없이 뒤섞인 소읍이다. 점차 날이 밝아오면서 새벽 어항답게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들이 들고 온 수십 개의 함지박마다 갓 잡아와 싱싱한 생선이 그득 담겨있다]

[사진 3. 막 귀항한 어부와 아이들까지 맨발로 일을 한다]

[사진 4. 쓰레기밭 해변에서 조업 후의 그물을 손보는 어부 내외]
소형어선은 해안 왼쪽 백사장으로 입항한다. 대부분 혼자서 밤샘조업을 마치고 온 어부들이다. 백사장 가깝게 배가 다가설 때마다 어부의 아내 등 가족들이 다가선다. 대부분이 자망바리들인데 아이들까지 그물에 달라붙어 아버지의 일손을 돕는다. 그들이 맨발로 일하는 백사장은 생활쓰레기와 목재 자투리며 날카로운 산각이 너저분하게 흩어져있다. 바다 속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촬영을 위해서라도 물 속에 발을 내딛기 싫을 정도로 쓰레기 천지다.

[사진 5. 쓰레기 해변을 맨발로 헤쳐나오는 할머니]
그런데도 오가는 사람들이나 귀항한 어부들 대부분이 맨발이다. 신발은커녕 우리가 쪼리라 부르는 그 흔한 플립플롭(flip-flop)조차 신은 이가 없다. 바닷물이 묻으면 미끄러우니 작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일 테지만. 발바닥 여린 아이들까지 모두 맨발 이어서 눈살 찌푸려지는데, 감염성 질환, 파상풍으로부터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사진 6. 생활쓰레기와 사람과 온갖 가축의 배설물이 숨겨져 있는 갈파래 해변]
어촌은 포구가 끝나고 백사장이 시작되는 곳부터 띠를 이루듯 끝없이 이어진다. 생활 쓰레기가 해변과 바다에 버려질 수밖에 없는 주거환경이랄까. 포구 왼쪽 백사장 일부는 갈파래로 뒤덮여 있어 나름 깨끗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오직 갈파래의 짙은 녹색 덕이다. 녹색이니 말끔해 보이지만, 실은 곳곳이 쓰레기 밭에 ‘지뢰밭’이다. 아이들이고 어른이고 갈파래로 덮인 해변을 화장실 삼아 실례하는 게 예사이기 때문이다.

[사진 7. 딴중 루아르의 새벽 포구 전경]
눈이 마주쳐도 무표정한 사람들. 오히려 발밑을 조심하며 지나치는 나만 민망해할 뿐이다. 이런 상황과 마주칠 때마다 나는 ‘흐린 눈’을 한다. ‘맨발 사정’은 포구도 마찬가지다. 딴 중 루아르는 롬복에서 가장 큰 어항이자 상어 집산지로 알려져 있다. 물론 중국인들 좋아라하는 샥스핀용 지느러미 수출을 위해 잡아오는 상어다. 마리 수로 계산하는 대형 상어 운반 일이 있어도 맨발로 나오고, 딱히 일이 없어도 버릇처럼 맨발로 나온 남정네들과 아이들. 틀림없이 일이 있는 ‘맨발의 아낙네들’로 하여 포구는 연일 대만원을 이룬다. 최근 몇 년 동안 상어가 잡히지 않아 날카로운 이빨 촘촘한데다가 덩치 산만한 상어는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포구주변에 주르륵 앉아 담배만 피워대는 이들은 상어 잡이 배들이 입항하면 마리 당 5천 루피를 받고 상어를 판장까지 올리는 일로 먹고 사는데, 상어가 흉어니 주머니에 돈이 말랐다. 그래도 식구들이 굶을 걱정은 없다던가. 아내들이 대신 밥벌이를 하는 덕이란다. 이 아낙네들은 입항 어선에 먼저 닿기 위해 허리아래 깊이의 바닷물에 몸을 담근 채 기다리기도 한다. 생선 가득 담긴 함지박을 지정한 곳까지 옮겨주면 한 번에 남정네 상어 한 마리 나르는 만큼의 수입이 생긴다했다.

[사진 8. 맨발로 포구를 오가는 아낙네들도 걱정스럽다]

[사진 9. 아침마실을 나온 딴중누아르 사람들의 쉼터 앞에도 어김없이 생활쓰레기가 깔려있다]
모닝커피가 당긴다. 해변 위쪽에 몇 채의 포장마차가 있어 그리로 갔다. 맨발로 아침 마실 나온 동네사람들과 아이들이 담소를 하고 있는데 바다를 향해 앉아도 눈둘 곳이 마땅찮다. 앞에 수북한 생활쓰레기 탓이다. ‘흐린 눈’을 하고 커피 맛에 집중한다.
사진 낚는 어부의 동남아 바다산책
쓰레기 해변을 맨발로 오가는 바닷가 사람들
인도네시아 (1편) 롬복
김상수 | 사진가, 해양수산칼럼니스트 | docusea@naver.com
[사진 1. 착륙을 앞둔 여객기에서 내려단 본 롬복 전경]
인도네시아 소순다열도 발리와 서부 누사 텡가라(Nusa tenggra)주 롬복 섬 사이에는 바다가 끼어있다. 남쪽, 가장 좁은 바다의 폭은 18킬로미터 정도에 불과 하지만,북쪽은 제법 넓어 40킬로미터에 이른다. 섬 사이에 들어있는 좁은 바다니 ‘롬복해협’으로도 불린다. 총길이 40킬로미터로 인도양과 자바 해를 잇는 물길이기도 하고,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의 해수가 교류하는 주요 통로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사이를 가르는 월리스선(Wallace Line)도 이 해협 위를 지난다. 발리와 롬복에 서식하는 생물에 차이가 난다는 가상의 ’동물 분포 경계선‘이 바로 월리스선이다.
[사진 2. 새벽 6시에 도착한 롬복 최대의 어항(漁港), 딴중 루아르(TanjungLuar). 사위는 여전히 어슴푸레한데, 어둠을 뚫고 어지럽게 교차되는 헤드라이트에 각종 차량 엔진소리며,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장꾼들의 고함소리 등등 온갖 소음이 난무한다. 이런 첫인상의 딴중 루아르는 포구와 어시장이 구별 없이 뒤섞인 소읍이다. 점차 날이 밝아오면서 새벽 어항답게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들이 들고 온 수십 개의 함지박마다 갓 잡아와 싱싱한 생선이 그득 담겨있다]
[사진 3. 막 귀항한 어부와 아이들까지 맨발로 일을 한다]
[사진 4. 쓰레기밭 해변에서 조업 후의 그물을 손보는 어부 내외]
소형어선은 해안 왼쪽 백사장으로 입항한다. 대부분 혼자서 밤샘조업을 마치고 온 어부들이다. 백사장 가깝게 배가 다가설 때마다 어부의 아내 등 가족들이 다가선다. 대부분이 자망바리들인데 아이들까지 그물에 달라붙어 아버지의 일손을 돕는다. 그들이 맨발로 일하는 백사장은 생활쓰레기와 목재 자투리며 날카로운 산각이 너저분하게 흩어져있다. 바다 속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촬영을 위해서라도 물 속에 발을 내딛기 싫을 정도로 쓰레기 천지다.
[사진 5. 쓰레기 해변을 맨발로 헤쳐나오는 할머니]
그런데도 오가는 사람들이나 귀항한 어부들 대부분이 맨발이다. 신발은커녕 우리가 쪼리라 부르는 그 흔한 플립플롭(flip-flop)조차 신은 이가 없다. 바닷물이 묻으면 미끄러우니 작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일 테지만. 발바닥 여린 아이들까지 모두 맨발 이어서 눈살 찌푸려지는데, 감염성 질환, 파상풍으로부터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사진 6. 생활쓰레기와 사람과 온갖 가축의 배설물이 숨겨져 있는 갈파래 해변]
어촌은 포구가 끝나고 백사장이 시작되는 곳부터 띠를 이루듯 끝없이 이어진다. 생활 쓰레기가 해변과 바다에 버려질 수밖에 없는 주거환경이랄까. 포구 왼쪽 백사장 일부는 갈파래로 뒤덮여 있어 나름 깨끗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오직 갈파래의 짙은 녹색 덕이다. 녹색이니 말끔해 보이지만, 실은 곳곳이 쓰레기 밭에 ‘지뢰밭’이다. 아이들이고 어른이고 갈파래로 덮인 해변을 화장실 삼아 실례하는 게 예사이기 때문이다.
[사진 7. 딴중 루아르의 새벽 포구 전경]
눈이 마주쳐도 무표정한 사람들. 오히려 발밑을 조심하며 지나치는 나만 민망해할 뿐이다. 이런 상황과 마주칠 때마다 나는 ‘흐린 눈’을 한다. ‘맨발 사정’은 포구도 마찬가지다. 딴 중 루아르는 롬복에서 가장 큰 어항이자 상어 집산지로 알려져 있다. 물론 중국인들 좋아라하는 샥스핀용 지느러미 수출을 위해 잡아오는 상어다. 마리 수로 계산하는 대형 상어 운반 일이 있어도 맨발로 나오고, 딱히 일이 없어도 버릇처럼 맨발로 나온 남정네들과 아이들. 틀림없이 일이 있는 ‘맨발의 아낙네들’로 하여 포구는 연일 대만원을 이룬다. 최근 몇 년 동안 상어가 잡히지 않아 날카로운 이빨 촘촘한데다가 덩치 산만한 상어는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포구주변에 주르륵 앉아 담배만 피워대는 이들은 상어 잡이 배들이 입항하면 마리 당 5천 루피를 받고 상어를 판장까지 올리는 일로 먹고 사는데, 상어가 흉어니 주머니에 돈이 말랐다. 그래도 식구들이 굶을 걱정은 없다던가. 아내들이 대신 밥벌이를 하는 덕이란다. 이 아낙네들은 입항 어선에 먼저 닿기 위해 허리아래 깊이의 바닷물에 몸을 담근 채 기다리기도 한다. 생선 가득 담긴 함지박을 지정한 곳까지 옮겨주면 한 번에 남정네 상어 한 마리 나르는 만큼의 수입이 생긴다했다.
[사진 8. 맨발로 포구를 오가는 아낙네들도 걱정스럽다]
[사진 9. 아침마실을 나온 딴중누아르 사람들의 쉼터 앞에도 어김없이 생활쓰레기가 깔려있다]
모닝커피가 당긴다. 해변 위쪽에 몇 채의 포장마차가 있어 그리로 갔다. 맨발로 아침 마실 나온 동네사람들과 아이들이 담소를 하고 있는데 바다를 향해 앉아도 눈둘 곳이 마땅찮다. 앞에 수북한 생활쓰레기 탓이다. ‘흐린 눈’을 하고 커피 맛에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