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어떻게 기여할까

2023-04-25

무역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어떻게 기여할까

세계무역기구 플라스틱 대화에서 발표된 국제기구와 주요 NGO의 입장 검토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INC 대응 TF ㅣ osean@osean.net




▲ 세계무역기구 플라스틱 대화 모습(사진: WTO웹사이트)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개최된 유엔환경총회의 결의에 따라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이하, 플라스틱 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해 플라스틱 협약의 내용을 조정하기 위한 정부간 협상위원회(INC, Inter-governmental Negotiation Commitee)가 구성되어 첫 번째 회의를 가졌으며, 올해 5월말 프랑스 파리에서 제2차 회의가 열린다.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은 플라스틱 오염 협약이 실제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획기적 저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INC 대응 FT를 구성하여 매달 정기모임을 통해 협약의 주요 내용에 대한 오션의 입장을 정리해 나가고 있다. UNEP는 두 번째 INC를 준비하기 위해 회원국과 이해관계자 그룹들에게 협약의 주요 내용에 대한 입장문을 제출하도록 요청하였으며, 오션을 비롯한 100여개 조직의 입장문이 이미 제출되었다.

오션 INC 대응 TF 4월 모임에서는 지난 2월에 개최된 세계무역기구(WTO)의 플라스틱 대화 회의에서 공유된 주요 무역관련 국제기구 및 엔지오의 발표자료를 검토했다. 세계무역기구는 회원국들의 주도로 ‘플라스틱 오염과 환경적으로 지탱가능한 플라스틱 무역을 위한 대화(DPP, Dialogue on Plastics Pollution and Environmentally Sustainable Plastics Trade)’를 운영하고 있다. 이 대화의 결과물은 2024년 개최 예정인 세계무역기구 제13차 장관급 컨퍼런스에서 플라스틱 오염 저감에 기여하는 무역을 위한 선언문에 반영될 예정이다.


UNEP와 CIEL 플라스틱 협약 협상 진행 소개
제일 먼저 UNEP에서 지난해 열렸던 INC-1의 주요 성과와 5월에 열릴 INC-2의 준비 사항을 소개했다. INC-1은 2022년 말 우루과이에서 열렸으며, 총 147개국에서 1천4백여 명이 참가했다. 정부간 협상 회의 이전에 이해관계자 포럼이 진행되었다. INC-1에서는 새로운 협약이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체 생애주기를 포괄하여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수단이 되어야 하며, 개발도상국이나 이해당사자들이 협약의 추진과 이행 과정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가 주로 진행되었다. 협약의 이행을 점검하기 위한 모니터링, 플라스틱에 대한 과학과 기술적 이해에 기반한 진전, 대중인식 증진의 중요성 등도 강조되었다. 현재는 INC-2 준비를 위해 회원국들은 대표단을 선정하고, 사전 제출 입장문을 취합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환경법연구센터(CIEL, 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에서는 INC-2를 위한 사전 입장문의 제출 현황을 소개했다. UNEP는 플라스틱 협약의 주요 내용, 특히 핵심 의무사항, 통제 수단, 자발적 조치, 이행 수단 등에 대한 회원국과 이해당사자 집단들의 입장문을 취합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당시까지 제출된 56개 국가와 3개의 지역 그룹(아프리카, 유럽연합 등), 국제기구 및 엔지오 등 총 170개의 입장문들을 분석했다. 우선 유럽연합은 플라스틱의 생산 자체를 저감하는 조치를 강조했다. 특히, 인간 건강과 환경에 해로우면서 환경에 잘 버려질 플라스틱 제품, 첨가제 등에 대한 근절과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스위스나 캄보디아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아프리카 그룹을 비롯하여 여러 회원국이 문제성 있는 플라스틱과 플라스틱 폐기물의 무역에 대한 규제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유럽연합은 바이오 플라스틱의 생애주기 전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며, 생분해성을 가지고 친환경이라는 주장을 못하게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플라스틱 오염 예방을 위한 생산자의 책임 강화를 제안하는 입장문도 있었다.


플라스틱 무역과 개발 협력
경제개발 협력회의(OECD)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준비하여 2023년 초에 발간한 보고서인 ‘플라스틱 오염 대응에 있어 개발협력의 역할’을 소개하였다. 이 보고서는 개발도상국에서 플라스틱 문제의 규모를 평가하고, 개발협력지원에 관한 내용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보다 혁신적인 개발협력 방안을 도출하고 있다. 방안으로 정책도입지원과 함께 쓰레기 관리 프로젝트에서 젠더적 접근을 제시하고 있고, 재정적으로 개발금융이 순환성 원칙과 일치하도록 지원하는 방식 및 쓰레기 관리 결과 중심의 금융 지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은행(Word Bank)은 세계적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행동(Moving to Global Plastics Action)을 주제로 하여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방지를 위한 플라스틱 순환 강화, 분석을 통한 증거 기반 구축, 다양한 정책과 실행계획에 관해 발간한 다수의 보고서를 소개했다. 또, 세계은행이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해양쓰레기 관련 사업들에 관해 소개했다.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등 국가 대상 관리에서 더 나아가 작은 지역을 대상으로 불법 플라스틱 무역 근절, 지역 사업계획(regional action plan) 발굴, 협력 기회 증진을 위한 체계도 소개했다.


플라스틱 무역 관련 국제기구의 활동
세계무역기구 사무국에서는 무역에 관한 지원프로그램(AfT, Aid for Trade) 수요 평가조사의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조사는 군소도서국과 최빈국 국가들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무역정책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2022년 AfT 모니터링과 평가에서 순환경제 및 쓰레기 관리,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관리를 위한 기술 및 재정 지원, 순환경제와 플라스틱 포장, 해양에서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민간 파트너쉽 형성, 그리고 플라스틱 디자인, 재사용 및 재활용에 관한 내용이 주로 언급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원받는 파트너기관은 플라스틱 순환경제, 플라스틱의 친환경 관리, 재활용 향상, 디자인과 무역 정책 이행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지원이 필요한 나라들과 남반구 파트너들의 경우 바젤협약 이행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와 플라스틱 폐기물의 국경간 불법운송을 다루는 관세 당국을 지원하는 사업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세계무역기구 사무국의 무역관련 플라스틱 조치에 관한 조사(TrPMs,Trade-related Plastics Measures) 결과도 발표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분야는 플라스틱 봉투와 테이블 덮개를 주요 감소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일회용포장 외 완제품으로는 건설자재, 고무 호스, 미용 및 돌봄 제품, 타이어, 어망, 담배 등이 있다. 재활용 형태에 관한 조치로는 국내 재활용 증진을 위해 재활용 플라스틱 용품의 수출/수입 금지 및 제한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재활용에서 무역관련 플라스틱 조치의 지원 형태로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지원(수출가공지역 지원, 기계지원 등)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에코디자인의 형태와 에코디자인을 위해 필요한 부분과 과제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었다.

세계관세기구(WCO, World Customs Organization)에서는 지난 2020년부터 실시한 아태지역 폐기물 경계 강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2020-2022년까지 제1차 시기에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포함하였으며, 제2차 시기인 2022-2023년에는 말레이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으로 확대하고 호주가 감찰로 참여하였다. 해당 프로젝트는 바젤 컨벤션 및 관세기구의 폐기물 밀거래 관리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며 폐기물이 들어있는 화물에 대한 압수 및 기록, 그리고 위험 관리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폐기물에 대한 합법적 탁송을 분명히 하고 이러한 폐기물 거래에 대해 환경 부문 관리 주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데 목적을 둔다.

환경과 SDG의 실현을 위한 무역 포럼(TESS, Forum on Trade, Environment and the SDGs)은 제네바 무역 플랫폼에 위치한 국제 개발 연구 대학원과 UNEP 간의 파트너십이다. 무역, 환경 및 지속 가능한 개발의 교차점에서 대화와 행동을 촉진함으로써 TESS는 글로벌 환경 위기를 해결하고 UN 지속 가능 개발 목표를 발전시키는 무역 시스템을 지원한다. TESS는 2023년 후반기에 개최가 예상되는 제13차 WTO 각료회의에서 논의될 의제를 소개했다. 각료회의에서는 각 국가가 동의하는 공통이슈를 선정하는 동시에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는 형태의 무역을 촉진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는 주로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쓰레기에 주목하고, 각 주제별 모범사례 및 해결책을 제시했다. 1) 내용물이 쓰레기임을 명시하지 않고 국가간 밀거래를 하는 경우, 수출국과 수입국의 국가간, 또는 유럽과 동남아 지역간 양측 모두의 노력을 요했다. 2) 국제공급망 내에서 플라스틱 및 위험 폐기물을 컨테이너 째로 동남아 등지의 국가로 불법 반출, 또는 밀거래하는 경우에 대한 강력한 규제 방안을 제안했다. 3) 전 세계 국가의 폐기물 밀거래 관련 규제를 분석하여 21개국의 29개 모델을 모범사례로 제시했다. 4) 정책 및 인식 증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 범위를 제안했다.

바젤, 로트르담, 스톡홀름 협약 사무국(Basel, Rotterdam, and Stockholm Conventions or BRSC) 에서는 바젤 협약 내 플라스틱 쓰레기 관련 부록이 추가된 흐름을 소개했다. 애초 부속서 2(Annex 2)에서는 혼합물을 포함한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조항이었으나, 부속서 3(Annex 3)이 추가되면서 위험한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조항이 생성되었다. 부속서 4(Annex 4)에서는 재활용을 위한 깨끗한 플라스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이외에도 바젤 협약에 속한 국가들의 목표, 실무위원회 등을 소개했다.


민간기구의 플라스틱 오염과 무역에 대한 입장
퀘이커 유엔 사무국(QUNO, Quaker United Nations Office)의 입장 발표도 있었다. QUNO는 뉴욕 및 제네바 유엔본부 인근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공식, 비공식적 회담, 회의, 만찬 등의 편의를 제공하며 전세계 공동의 어젠다를 발굴하기 위한 활발한 논의를 이끌고 있다. QUNO는 무역과 관련한 플라스틱 오염의 주 원인을 ‘제품 포장’에서 찾았다. 주요 30개국의 규제 현황 및 WTO에 보고된 제품 포장과 재활용 방법에 대한 분석 등을 토대로 WTO멤버 국가에 크게 네 가지 제안을 하였다. 1) 디지털 제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제도 도입으로 재사용 및 리필 시스템 도입을 촉진할 것. 2) ‘reuse’ 용어가 현재 재사용과 재활용 두 가지의 의미로 혼용되고 있으므로 명확히 구분할 것. 3) ISO와 공동으로 생애주기 분석 툴 등 국제적으로 통용할 표준을 제시할 것. 4) 여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차기 세계관세기구의 국제표준체계(Harmonized System)의 개정 시에 플라스틱 분류 기준을 상세화 할 것. 더불어 자원 순환에 있어서 ‘순환’의 정의에 대해서도 더욱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퓨 자선신탁(Pew Charitable Trusts)은 일회용 플라스틱과 기업의 플라스틱 발자국을 강조했다. 이 재단에서는 자체 연구를 통해 ‘플라스틱 파도 깨기(Breaking the Plastic Wave)’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1.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기술로도 2040년까지 플라스틱 유출을 80% 줄일 수 있다. 대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의 사용 저감, 대체, 재이용 및 재활용 등 인류사회 전체에 체계 변화(system change)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고, 기업의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이해와 정보 공개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 플라스틱 순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환경 친화적인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와 무포장 및 재사용 시스템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데루 재단(Minderoo Foundation)에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즉 우리가 한 번 사용했다가 버리는 값싼 플라스틱 제품이 보여주는 플라스틱 위기를 설명했다. 또한 오늘날 생산되는 1회용 플라스틱은 매년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그 중 98%가 화석 연료로 만들어지는걸 강조했다. 추가적으로 1회용 플라스틱을 많이 만들고 사용하는 대기업들이 효과적인 재활용 방법을 강구할 것을 추천했다.




오션에서는 이 보고서의 내용을 상세하게 분석하는 기획세미나를 4회에 걸쳐 가졌고, 그 결과를 발표자료로 공개한 바 있다.
https://www.osean.net/bdlist/activity.php?ptype=view&idx=7059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