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대]
플라스틱 오염 협약 초안에 대한
오션의 의견
폐어구 예방, 오염 우심 지역에 대한 관리 대책 보강 필요
▲ 플라스틱 오염 협약 제2차 협상위원회(파리) 모습(사진: 이유나)
유엔환경계획이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협약)’의 초안을 2023년 9월 공개했다. 이 초안1은 2022년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법적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오염 방지 국제협약’을 추진하기로 한 결의와, 이후 진행된 두 차례의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1~2)의 논의 내용을 반영하여 협약 사무국이 작성한 것이다. 이 초안은 오는 11월 13-19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릴 제3차 협상위원회에서 검토될 예정이며, 2024년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는 제4차 및 2024년 11월로 잠정 합의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거쳐 최종안 작성을 목표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마지막 협상의 기회가 될 제5차 협상위원회(INC-5)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협약의 초안은 1) 개요, 2) 관리 대상 플라스틱과 폐기물, 3) 재정과 관리 역량, 4) 국가 계획 및 이행 수단, 5) 실행 조직, 그리고 부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 개요에서 협약의 목적, 정의, 원칙, 범위 등을 정하고, 2) 관리 대상 플라스틱과 폐기물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 플라스틱의 정의와 폐기물 관리 개선 방향 등을 제시했다. 이후 부분은 협약의 이행을 보장할 수단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협약의 목표는 근본적인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 감축이 되어야
우선 이 초안에서 눈의 띄는 것은 플라스틱의 근본적 생산 감축을 목표의 하나로 내세운 것이다. 물론 초안에는 각 조항별로 선택지를 몇 개씩 제시하고 있는데, 첫 번째 옵션들이 국제적으로 플라스틱 자체의 생산 감축 목표를 정하고, 이 목표에 따라 회원국이 강제성을 갖고 이행하도록 요구하는 내용들이다. 예를 들어, ‘원료 플라스틱 폴리머’ 조항의 옵션 1은 “각 당사국은 원료 플라스틱 폴리머의 생산 및 공급 수준이 부속서 A의 파트 I에 명시된 감축 목표를 초과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신 옵션 2는 “... 명시된 국제적 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 및 공급을 관리하고 줄여야 한다”로, 옵션 3은 “플라스틱 폴리머의 관리와 저감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후 이어지는 화학물질, 문제가 되는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 등에 대한 조항에서도 옵션 1이 플라스틱의 수요와 생산 자체를 줄이는 강력한 조치를 제시하고, 나머지 옵션들은 각 당사국의 여건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들이 많다.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하, 오션)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해결을 위해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하며, 이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감축 목표에 대한 강제적 이행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지난 1~2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에 대한 오션의 서면 의견서를 통해서도 밝힌 바 있다.
폐어구 문제 플라스틱 오염 협약 초안에 포함
오션은 ‘어구(Fishing gear)’가 협약의 초안에 포함된 것을 환영한다. 이 협약이 제기된 배경에 해양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있고, 유엔환경총회의 결의도 이 협약이 ‘해양환경을 포함’한다고 밝히고 있다. 당연히 이 협약은 중대한 해양환경 오염의 원인인 ‘어구’ 관리를 포함해야 한다. 그런데, 어구 관리가 ‘폐기물 관리’의 일부로만 거론되는 점은 우려가 된다. 플라스틱 어구의 사용량 감축이나 대안 모색 등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사용 후 폐기될 어구의 관리만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초안에서 어구 관리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어구 표시와 추적’, ‘보고 의무’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 대응 수단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게 설정되었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 폐어구가 해양환경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고려하여 어구의 생애주기 전체에 대한 관리 방안을 협약에서 고려해야 한다. 더 포괄적인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과 수단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미 자연환경에 유출된 플라스틱에 대한 대응이 수거에 국한된 점 역시 미흡한 부분으로 꼽는다. 초안은 당사국들이 플라스틱 오염이 집중된 지역(hotspot)을 평가, 식별, 우선 대응하는 데에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런 지역에서 플라스틱 오염에 의한 생물 서식지 영향 등이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안에는 대응 수단을 ‘정화’ 활동만 제시하고, 이런 회복 작업이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으로 진행되도록 지역 시민들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명시했다. 물론 오염 우심지역에 대한 정화 작업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더 이상 플라스틱 쓰레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예방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오염 우심지가 된 이유는 유입량이 많기 때문일 텐데 예방은 하지 않고, 청소만 계속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고 사전예방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오션은 플라스틱 오염 협약 작업반을 운영하면서, 주요 이해관계자의 입장이나 협상 진척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에도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공유하여 이 협약이 지구의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는 수단이 되도록 국내외 관심 있는 기관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에 기여할 계획이다.
1 https://wedocs.unep.org/bitstream/handle/20.500.11822/43239/ZERODRAFT.pdf
[국제 연대]
플라스틱 오염 협약 초안에 대한
오션의 의견
폐어구 예방, 오염 우심 지역에 대한 관리 대책 보강 필요
이종명 ㅣ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연구소장 ㅣ jmlee@osean.net
▲ 플라스틱 오염 협약 제2차 협상위원회(파리) 모습(사진: 이유나)
유엔환경계획이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협약)’의 초안을 2023년 9월 공개했다. 이 초안1은 2022년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법적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오염 방지 국제협약’을 추진하기로 한 결의와, 이후 진행된 두 차례의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1~2)의 논의 내용을 반영하여 협약 사무국이 작성한 것이다. 이 초안은 오는 11월 13-19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릴 제3차 협상위원회에서 검토될 예정이며, 2024년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는 제4차 및 2024년 11월로 잠정 합의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거쳐 최종안 작성을 목표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마지막 협상의 기회가 될 제5차 협상위원회(INC-5)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협약의 초안은 1) 개요, 2) 관리 대상 플라스틱과 폐기물, 3) 재정과 관리 역량, 4) 국가 계획 및 이행 수단, 5) 실행 조직, 그리고 부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 개요에서 협약의 목적, 정의, 원칙, 범위 등을 정하고, 2) 관리 대상 플라스틱과 폐기물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 플라스틱의 정의와 폐기물 관리 개선 방향 등을 제시했다. 이후 부분은 협약의 이행을 보장할 수단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협약의 목표는 근본적인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 감축이 되어야
우선 이 초안에서 눈의 띄는 것은 플라스틱의 근본적 생산 감축을 목표의 하나로 내세운 것이다. 물론 초안에는 각 조항별로 선택지를 몇 개씩 제시하고 있는데, 첫 번째 옵션들이 국제적으로 플라스틱 자체의 생산 감축 목표를 정하고, 이 목표에 따라 회원국이 강제성을 갖고 이행하도록 요구하는 내용들이다. 예를 들어, ‘원료 플라스틱 폴리머’ 조항의 옵션 1은 “각 당사국은 원료 플라스틱 폴리머의 생산 및 공급 수준이 부속서 A의 파트 I에 명시된 감축 목표를 초과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신 옵션 2는 “... 명시된 국제적 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 및 공급을 관리하고 줄여야 한다”로, 옵션 3은 “플라스틱 폴리머의 관리와 저감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후 이어지는 화학물질, 문제가 되는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 등에 대한 조항에서도 옵션 1이 플라스틱의 수요와 생산 자체를 줄이는 강력한 조치를 제시하고, 나머지 옵션들은 각 당사국의 여건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들이 많다.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하, 오션)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해결을 위해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하며, 이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감축 목표에 대한 강제적 이행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지난 1~2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에 대한 오션의 서면 의견서를 통해서도 밝힌 바 있다.
폐어구 문제 플라스틱 오염 협약 초안에 포함
오션은 ‘어구(Fishing gear)’가 협약의 초안에 포함된 것을 환영한다. 이 협약이 제기된 배경에 해양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있고, 유엔환경총회의 결의도 이 협약이 ‘해양환경을 포함’한다고 밝히고 있다. 당연히 이 협약은 중대한 해양환경 오염의 원인인 ‘어구’ 관리를 포함해야 한다. 그런데, 어구 관리가 ‘폐기물 관리’의 일부로만 거론되는 점은 우려가 된다. 플라스틱 어구의 사용량 감축이나 대안 모색 등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사용 후 폐기될 어구의 관리만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초안에서 어구 관리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어구 표시와 추적’, ‘보고 의무’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 대응 수단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게 설정되었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 폐어구가 해양환경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고려하여 어구의 생애주기 전체에 대한 관리 방안을 협약에서 고려해야 한다. 더 포괄적인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과 수단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미 자연환경에 유출된 플라스틱에 대한 대응이 수거에 국한된 점 역시 미흡한 부분으로 꼽는다. 초안은 당사국들이 플라스틱 오염이 집중된 지역(hotspot)을 평가, 식별, 우선 대응하는 데에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런 지역에서 플라스틱 오염에 의한 생물 서식지 영향 등이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안에는 대응 수단을 ‘정화’ 활동만 제시하고, 이런 회복 작업이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으로 진행되도록 지역 시민들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명시했다. 물론 오염 우심지역에 대한 정화 작업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더 이상 플라스틱 쓰레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예방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오염 우심지가 된 이유는 유입량이 많기 때문일 텐데 예방은 하지 않고, 청소만 계속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고 사전예방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오션은 플라스틱 오염 협약 작업반을 운영하면서, 주요 이해관계자의 입장이나 협상 진척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에도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공유하여 이 협약이 지구의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는 수단이 되도록 국내외 관심 있는 기관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에 기여할 계획이다.
1 https://wedocs.unep.org/bitstream/handle/20.500.11822/43239/ZERODRAFT.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