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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5.2 현장에서 전하는 플라스틱 협약 이야기

20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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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5.2 현장에서 전하는

 플라스틱 협약 이야기


김혜주 ㅣ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국제협력팀장 ㅣ hyejukim@osean.net 




7월 중순,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기후위기로 잦아진 이상 호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우비를 쓴 사람들이 장대비를 뚫고 모였다. 국내외 17개 환경단체가 모인 플뿌리연대(플라스틱을 뿌리뽑는 연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도 연대의 한가운데서 목소리를 보탰다.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의 본질은 쓰레기를 잘 치우는 데 있지 않다. 애초에 바다로 흘러드는 쓰레기의 양을 줄여야 한다. 이는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을 통해 가능하다.” 빗속에서 열린 이 기자회견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곧 시작될 제5.2차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회의(INC-5.2)의 중요성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20일 뒤인 8월 5일,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정부 대표단과 시민사회, 학계, 산업계 관계자 수천 명이 제네바 유엔 본부를 가득 메웠다. 이번 회의에서 드디어 국제 플라스틱 협약문이 성안될 수 있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기대와 긴장이 뒤섞인 공기가 회의장을 감쌌다. 그로부터 열흘 후, INC-5.2의 마지막 날인 8월 14일 밤 11시 30분을 넘긴 시각, 의장이 공개 회의장(Plenary) 단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텍스트를 아직 정돈 중이다.” 이는 하루 전날, 의장이 그간의 협상 내용을 취합하였다며 공개한 ‘의장 문서(Chair’s Text)’가 많은 반발을 일으킨 후 벌어진 일이다. 의장의 문서에서 3년간 협상의 중심에 있던 생산 감축, 유해 화학물질 규제 조항을 비롯한 주요 내용은 모두 삭제되어 있었다. 대신 재활용과 폐기물 처리 중심으로 재편된 내용은 UNEA 5/14 결의안이 담은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 접근’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많은 국가들이 즉각 반발했고 “이 문서로는 진행할 수 없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결국 회의 종료 기한을 넘겨 다음날 오전까지 이어진 정부 대표단 간의 비공식 회의에서도 협약문 성안을 위한 의견차는 끝내 좁혀지지 못했고, 차기 회의(INC-5.3)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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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 - INC-5.2 플래너리 회의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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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 INC-5.2 회의에 옵저버로서 참여한 오션의 김혜주 국제협력팀장]


“INC 3차나 4차 회의 당시로 돌아간 것 같다.” 협상장에서는 이런 자조 섞인 농담이 돌았다. 이번 회의는 당초 예정된 마지막 협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장 단위로 협약문을 검토할지, 문단 단위로 할지를 두고 한 시간 넘게 시간을 소요하는 일과 같은 절차적 논쟁으로 회의 진전이 발목 잡혔다. 쟁점은 좁혀지지 않았으며, 초안은 괄호가 덧붙여지고 또 덧붙여지며 끝없이 길어졌다.


국제환경법센터(Center for Environmental Law)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는 화석연료와 석유화학산업 로비스트 234명이 참석해 역대 INC 회의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자기신고 방식으로 집계한 수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숫자는 이보다 많을 가능성이 높다. 늘어가는 로비스트의 존재는 협상이 어떻게 산업과 경제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구의 미래가 경제 논리에 종속된 현실이다. 한편 강력한 협약을 원하는 국제 시민사회도 옵저버로서 협상회의에 활발히 참여하며 목소리를 냈다. 중간점검 회의(Stocktaking Plenary)가 열리기 전, 국제 시민사회 연대체는 각국 대표단이 입장하는 길목에서 묵묵히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절차를 바로잡아라.” “약속을 지켜라.” “플라스틱 오염 종식.” 여러 언어로 적힌 구호들이 유엔 본부의 대리석 복도를 가득 메웠다. 협상장 앞에 ‘미래를 지킬 용기(Courage for Future Generations)’라는 문구가 새겨진 피켓이 세워지기도 했으며, 최종 회의를 앞두고는 정부 대표단, 시민단체, 과학자 및 주요 이해당사자가 모여 대규모의 기자회견을 열고 약한 협약은 재앙이 될 것임을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야심찬 협약을 향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생산 감축에는 89개국, 화학물질 규제에는 120개국, 건강 조항에는 130개국, COP 투표 허용에는 120개국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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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 사진 4 - 국제 시민사회가 회의장에서 펼친 공동 행동]


플라스틱 협약의 성안은 5.3차 회의로 미뤄지며 또다시 표류하고 있지만, 플라스틱 문제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생태계 전반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경고는 명백하다. 이는 어업과 관광업 등 해양 산업 전반은 물론 우리의 식탁과 건강, 다음 세대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전 지구적 재앙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바다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인체 축적과 건강 피해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가 왜 이 협상장에 모였는지를 잊지 않는 것. 단기적 경제 이익이 아닌, 지구와 미래를 위해 책임 있는 선택을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눈앞에 놓인 과제다. 플라스틱 문제는 매일같이 우리의 삶과 직결된 생존의 문제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어떤 답을 내려야 할지는 명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