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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제4차 정부간 협상위원회에 참석하다

2024-05-23

오션,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제4차 정부간 협상위원회에 참석하다


INC-4 참석을 위해 날아간 캐나다


김혜주 ㅣ(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연구원 ㅣ  hyejukim@osean.net



▲ 사진1. INC-4 폐회식을 앞두고, 오션의 이유나 국제협력팀장(우)과 김혜주 국제협력팀 연구원(좌)]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성안을 위한 제4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The fourth session of the 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 이하 INC-4)가 지난 4월 23일부터 29일까지 캐나다에서 진행되었다. 전 세계 160여 개국에서 날아온 3,000여 명이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집결한 가운데, 수정된 협약문 초안(Revised Zero Draft)을 두고 세부 의제별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치열한 논의가 일주일간 진행되었다. 


▲ 사진2와 사진3. 

     오타와에서 진행된 국제 시민사회의 행진. 일회용 플라스틱의 멸종을 바라며 공룡에 비유한의 장례식을 하는 퍼포먼스 등이 함께 진행되었다.


INC-4에 옵저버로 참여한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하 오션)의 이유나 국제협력팀장과 김혜주 연구원은 회의 시작에 앞서 진행된 국제 시민사회의 반플라스틱 행진으로 오타와에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오션에서 참석한 사전행사 중 하나로는 전 세계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반플라스틱 행진이 있었다. 캐나다 국회 앞 광장에 모여 전 세계 활동가들의 플라스틱 규제 촉구에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역사적으로 다양한 차별을 겪고 현재는 플라스틱 제조 공정에 따른 환경적 영향까지 고스란히 받고 있는 미국 뉴올리언즈 주를 대표하여 참석한 브라스 밴드의 연주를 뒤따르며 회의장인 쇼 센터(Shaw Centre)로 향했다. 행진은 “Reduce Plastic Production, Now!(지금 당장 플라스틱 생산 저감!)”이라는, 재활용 소재로 된 플라스틱 배지를 나눠 받은 모두가 한 목소리로 각국 정부 대표단으로 하여금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하길 촉구하며 오타와의 중심부를 약 550m 걸었고, 쇼 센터 앞에 마련된 대형 조형물 “플라스틱 수도꼭지를 잠가라(Turn off the Plastic Tap)” 앞에서 멈추어 회의장 인근에 머무르고 있을 대표단을 향해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행진에서는 함께 캐나다에 온 한국 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발걸음을 맞추며 전우애를 다질 수 있었다. INC-4에는 오션 이외에도 그린피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서울환경연합, 환경운동연합 등의 국내 활동가가 참여하였고, “플”라스틱을 “뿌리” 뽑는 “연대”(이하 플뿌리연대)의 일원으로서 국제 시민사회 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며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촉진을 위한 활동을 함께 했다. 플뿌리연대는 국내외 15개 시민단체가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해 모인 시민사회 연대체다. 


오션을 비롯한 플뿌리연대 참가자들은 종일 진행되는 회의 이외에도 부대행사, 네트워킹 모임 등에 참석하며 숨가쁘게 오가는 정보와 동향을 긴밀히 파악했다. 이외에도 분 단위로 틈을 내어 연대체 내부 및 국제 시민단체와의 전략회의 및 연대 활동에 참여하며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시간도 가졌다. 정부 대표단에 주요 국제시민단체의 의견서를 요약정리한 문서를 전달하는 등 국제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우리 정부와 국내에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각국 대표단의 의사결정을 지원 및 감시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 시민단체와의 가교역할은 중요한 책임 중 하나였다. 플뿌리 연대에도 참여 중인 BFFP(Break Free From Plastics), 국제소각반대네트워크(GAIA)와 더불어 플뿌리 연대 회원 단체들이 각자 소속된 과학자연합(Scientists’ Coalition), 국제오염물질제거네트워크(IPEN), 국제환경법센터(CIEL) 등을 비롯한 국제 시민단체가 추진 중인 글로벌 어젠다와 국내 이슈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한국 시민사회 대표격으로 플뿌리연대의 목소리를 한데 취합하여 아태지역 국가 대표단이 모인 그룹 회의에 공동성명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성명서의 주요 내용에는 생산 감축, 대체재 전환보다 재사용·리필 시스템 우선, 열분해 재활용 재검토, 정의로운 전환, 공동의 목표 설정 등이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국내 매체에 현장 소식, 인터뷰 등을 발빠르게 제공하였다.


국제 연대를 통한 국제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INC를 거듭할수록 더욱 높아지는 한편, 현장에는 플라스틱 옹호자들의 치열한 로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플라스틱 옹호는 오타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수하물 찾는 곳의 TV 광고부터 시작했다. 회의장 주변으로는 차량 랩핑 및 지붕에 달린 광고 패널을 통해 홍보 문구를 내보이는 승용차들이 맴돌았다. 샌드위치 패널 광고판을 매고 다니는 홍보 인력이 동원되었으며, 회의장 바로 옆 호텔의 출입구 근처에도 홍보 문구가 부착되어 있었다. 홍보 문구는 대동소이하며, 플라스틱의 “고마운” 역할을 강조하는 “Plastic, COVID HERO”, “Plastics save lives”, “Plastics deliver water”, “Plastics reduces food waste”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에 따르면 이번 INC-4에 정부 대표단으로 참석한 석유화학 산업 로비스트의 수가 INC-3에 비해 37% 증가한 총 196명이며, 이조차도 보수적인 추산으로 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INC-4의 내용과 주요 결과는?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Luis Vayas Valdivieso) INC 의장의 개회사로 본 회의가 시작되었다. 전 세계 각지의 정부 대표단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협약문의 수정 초안(Revised Zero Draft)에 괄호(bracket)로 남아있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최종 협약문의 가닥을 잡는 데에 있었으므로 효율적인 협상 진척을 위해 의제별로 협상 그룹을 나누어서 회의가 진행되었다. 컨택 그룹(Contact Group) 1에서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우려되는 화학물질, 폐기물 관리, 어구,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협약의 내용적 측면이 다루어졌으며, 컨택 그룹 2에서는 재정 메커니즘, 국제 협력, 모니터링 및 보고, 운영 기구 등 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적 측면이 논의되었다. 세부 의제가 다양한 만큼 컨택 그룹을 또다시 소그룹(Subgroup)으로 나누어 구체적인 조항별 논의를 진행하였다. 


▲ 사진4. 회의가 진행된 쇼 센터 앞에 설치된 “Turn off the plastic tap” 설치미술 조형물의 모습. 

      밤늦게까지 회의가 진행되어 회의장 불은 꺼질 줄 몰랐다.


일주일 간 치열하게 진행된 회의는 4월 30일 새벽 3시가 넘어 종료된 폐회 세션으로 마무리되었다. 당초 INC-3 이후 70여 페이지로 늘어난 수정 초안이 간소화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더 많은 괄호가 추가된 채로 회의가 종료되었다. 회의 마무리 당시 사무국에서 공개한 협약문 수정 초안은 괄호로 가득 차 있어, INC-4 기간 동안 치열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많은 부분이 미결인 채로 종료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사진 5. 괄호로 가득 찬 INC-4의 협상 결과 문서 일부 발췌(출처: UNEP INC-4 웹페이지)


▲ 사진 6. 사진 5의 페이지 중 괄호 부분을 흰색으로 수정한 모습. 대부분의 단어가 사라져 있다.

(출처: UNEP INC-4 웹페이지의 문서를 작성자가 수정(글자 색상))


소그룹 1.2에서 논의한 내용적 측면의 협약문 초안을 살펴보면 상당수의 내용을 괄호가 둘러싸고 있으며, 심지어는 네 번째 페이지에 가서야 비로소 ‘플라스틱’이라는 단어가 괄호 없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진다. 특히, 주요 쟁점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의제의 경우 단어 대부분이 괄호에 갇혀 있으며 심지어는 제목에서도 괄호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추후 협약문에서 1차 플라스틱 폴리머가 제외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며, 산유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와 석유화학 업계가 1차 플라스틱 폴리머를 비롯한 생산 측면의 내용을 플라스틱의 전 생애 주기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플라스틱의 생애 전주기’를 다루도록 결의문에 명시된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서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기존에 학계에서 정의된 통념을 무시한 채 대립이 첨예한 상황이다. 일부 국가는 ‘생애 전주기’에 폴리머와 같은 원재료의 생산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업스트림을 사실상 배제한 협약 범위를 주장하기도 한다. 즉,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생애 전주기’가 생산 이후의 중류 및 하류로 제한될 수 있는 상황이므로 국제 시민사회는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플라스틱 협약이 플라스틱의 진정한 생애 전주기를 포함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이 국경과 상관없이 흘러다니며, 지역마다 맥락이 다르다는 점 또한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법의 경계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쓰레기 무역도 문제지만, 오션에서 주안점을 두고 바라보고 있는 어구 관련 의제에서 플라스틱 문제의 복잡성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수정 초안에는 어구가 폐기물 관리 측면으로 국한되었기 때문에 INC-4 초반에는 어구의 전주기를 협약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의견이 수렴되어 문안 마련에 진전을 보이는 듯하였으나, 이후 선진 어업과 (개도국에서 주로 하는)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어업의 특성이 다른 것이 지적되며, 생산 단계에서부터 어구를 규제하려면 무역뿐 아니라 기술 이전, 재정적 지원 등이 사안이 광범위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논의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그럼에도 기존의 수정 초안에서 폐기물 관리의 하위 항목 중 하나로 삽입되어 있던 어구를 특수 의제로 분류하여 별도의 전용 프로그램 의제로서 논의를 진행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 사진 7. 주요 회의가 진행된 플래너리 풍경


이와 같은 어려움에도 성과는 있었다. 우선 INC-5 이전에 전문가 그룹을 통한 회기간작업인 임시 개방형 전문가 그룹(Ad-hoc Open-ended Expert Group)을 소집하기로 합의한 것을 주요 성과라 볼 수 있다. 협상 마무리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의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별도의 세션을 마련한 것이다. 회기간작업에서 논의될 의제로는 ① 협약의 구현 수단과 이행을 위한 재정 메커니즘, ② 우려되는 화학물질, 플라스틱 제품 및 제품 디자인 등 두 가지가 있다. 60개국 이상 국가들이 플라스틱 폴리머를 회기간 논의에서 다루는 것의 중요성에 공감하였으나, 최종적으로는 의제로 포함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INC-4를 통해 나타난 주요 성과로는 플라스틱 오염이 인류가 마주한 심각한 환경 문제라는 점에 모두가 동의하고 협약 성안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과,  개방형 법률 초안 작성 그룹(Open-ended Legal Drafting Group)의 형성에 당사국들이 동의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협약 마련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전 세계의 눈길, 부산으로 향해


의제별 세부 내용을 비롯하여 공통의 목표를 설정할 것인지 아니면 자발적 목표를 설정할 것인지, 그리고 투표를 통해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 아니면 만장일치로 할 것인지 등 여러 핵심 논제가 미지수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의 눈길은 이제 INC-5가 개최될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INC 회기가 진행될수록 참가자의 규모와 관심도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글로벌전략소통위원회(Global Strategic Communication Council)에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국제 플라스틱 협약과 관련한 언론보도가 INC-1 당시 약 1천 회에서 INC-4에서 7천 회 이상으로 급증하였다. INC-4가 많은 부분이 미정인 상태로 종료된 상황에서, 성공적인 협약의 성안이 판가름날 부산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 및 순환경제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적극 동참하고 협약 성안에 기여하고자 마지막 협상 회의인 제5차 INC의 유치를 제안하였고, 제안이 수용되어 부산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생산량 및 인당 배출량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모두의 적극적이며 책임 있는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전 세계적으로 해양쓰레기의 80%는 플라스틱이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해양쓰레기 하나하나가 수천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만드는 공장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2009년부터 해양쓰레기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비영리 독립연구소인 오션은 해양쓰레기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강력한 구속력을 갖는 플라스틱 협약의 성안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