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3회 오션 세미나: 기후변화와 도시화 속 잘못 관리된 플라스틱 쓰레기, 도시 홍수를 부르다.

2025-02-21


제 543회 오션 세미나


기후변화와 도시화 속 잘못 관리된 플라스틱 쓰레기, 도시 홍수를 부르다.


김혜주 ㅣ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국제협력팀장 ㅣ hyejukim@osean.net 


원문: MacAfee, E. A., & Löhr, A. J. (2024). Multi-scalar interactions between mismanaged plastic waste and urban flooding in an era of climate change and rapid urbanization. Wiley Interdisciplinary Reviews: Water, 11(2), e1708.



강남역 슈퍼맨이 던진 경고


2022년 여름 서울 강남, 폭우 속에서 하수구가 넘쳐흐르자 한 남성이 맨손으로 배수구를 뚫는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궜고, 그는 '강남역 슈퍼맨'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시민 영웅이 되었다.


그의 손에 들려 나온 것은 다름아닌 쓰레기였다. 이 장면은 도시를 침수시키는 것이 단순한 강우량 때문만은 아니라는 문제의식을 시민들에게 각인시켰다.



도시홍수와 연결된 플라스틱 쓰레기


오션의 제543회 세미나에서 공부한 논문은 이 같은 문제의 본질을 사회-생태 시스템(Social Ecological System) 관점에서 분석했다.


이 연구는 그간 별개로 다뤄진 플라스틱 쓰레기와 도시홍수가 실제로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짚었다. 사회-생태 시스템 접근은 인간사회와 자연환경을 별개가 아닌 하나의 유기적 네트워크로 보고, 문제 해결도 통합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홍수 악화의 원인


이 논문에서 분석한 플라스틱 쓰레기와 도시홍수 간 연결고리의 첫 번째 측면은 잘못 관리된 플라스틱 쓰레기(Mismanaged Plastic Waste, 이하 MPW)가 도시홍수를 얼마나 악화시키는지이다.


논문에서 소개한 인도네시아의 현장 실험에 따르면, 하천 내 플라스틱 쓰레기는 물 흐름을 막아 상류 수위를 급격히 높였으며, 같은 양이라도 플라스틱이 유기물 쓰레기보다 물을 막는 속도가 다섯 배 빨랐다. 플라스틱의 높은 밀도와 미세한 틈새 때문이다. 특히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 중인 개발도상국은 플라스틱 관리 실패로 인해 도시홍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홍수와 함께 바다로


홍수와 플라스틱 문제의 또 다른 연결점은 ‘플라스틱 누출’ 현상이다.


홍수가 발생하면 육지에 방치된 MPW가 한순간 강과 바다로 대거 휩쓸려 간다. 그간 쓰레기 관리는 대개 연간이나 월간 단위 집계에 그쳤다 보니 홍수 같은 집중호우가 일어날 때 실제 이동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을 과소평가했다. 결국 홍수는 도시의 플라스틱을 바다로 쏟아내는 가장 강력한 메커니즘이었다.



낮아진 자연재해 대응력, 맞물린 기후변화


뿐만 아니라 MPW는 연안지역의 자연재해 대응력까지 낮추고 있다.


전 세계 맹그로브 숲에서 나무들이 플라스틱에 휩싸여 질식사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산호초 역시 이미 기후변화로 약해진 상태에서 바다에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회복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맹그로브와 산호초는 본래 홍수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가 이 천연 보호막마저 약화시켜 연안지역의 재난 피해를 키우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마지막 연결점은 바로 기후변화이다.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폐기, 자연 유출 전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논문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플라스틱 생산 단계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를 넘었다.


이렇게 생산된 막대한 온실가스는 기후변화를 가속해 극단적인 폭우와 홍수 발생 빈도를 높이고 있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이 바로 홍수 예방


세미나 토의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도시홍수 문제가 각각 독립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이 강조됐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적 관리 체계 구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또한 모든 시민과 정부가 이를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들여, 각자의 영역에서 협력적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강남역 슈퍼맨'은 어쩌면 우리사회의 첫 경종이었다. 우리가 도시홍수 문제를 단지 기록적 폭우 탓으로만 돌리거나, 플라스틱 문제를 단지 쓰레기 처리 차원에서 접근하면 이 복합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회-생태 시스템적 관점에서 볼 때 플라스틱 오염 관리는 곧 홍수 예방이며, 홍수 관리가 곧 플라스틱 문제 해결이란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이는 도시계획, 폐기물 관리, 재난 대응, 거버넌스까지 아우르는 시스템적 변화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