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9회 오션 세미나 숫자로 본 일본 해변 쓰레기: 1년에 얼마나 버릴까?

2025-04-11

제549회 오션 세미나

숫자로 본 일본 해변 쓰레기: 1년에 얼마나 버릴까?


앨리시아 로 |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연구원 | lohalicia@osean.net


원문: Hinata, H., Hamamoto, R., Tachibana, K., Yamaguchi, N., Furukawa, K., & Kasamo, K. (2025). An estimation of the abundance of plastic litter generated by beach users nationwide in Japan. Marine Pollution Bulletin, 210, 117293.



세미나 의미 : 해변 쓰레기, 숫자로 드러나다


2025년 4월 1일 진행된 제549회 오션 세미나에서는 Hinata 외(2025)의 논문 "일본 전역의 해변 이용자가 발생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 추정"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연구는 해변 이용자들이 실제로 만들어내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을 수치화하고, 이를 계절과 지역에 따라 분석해 일본 전역 770개 해변의 연간 쓰레기량을 최초로 추정한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참가자들은 특히 모바일폰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람 수와 체류 시간을 계산하고, 이 정보를 통해 쓰레기 발생률(LGR)을 정량화한 방법론에 주목했다.


오션은 이 연구를 토대로 해변 쓰레기 감축 정책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국제적 비교 모델 개발을 모색 중이다. 지금부터, 이 연구가 어떤 방식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파헤쳤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세미나 요약

해변은 휴양지이자 생태계의 보고지만 동시에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요 발생지이기도 하다. 이 쓰레기들은 단순한 미관 훼손을 넘어 해양 생태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해변 이용자들이 머무는 동안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가 해양 미세플라스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일본의 770개 해변을 대상으로, 실제 사람들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의 양을 계량화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연구팀은 여름과 가을/겨울에 걸쳐 4개 대표 해변에서 직접 쓰레기를 수거하고, 동시에 모바일폰 GPS 데이터를 활용해 해변 이용자 수와 체류 시간을 계산해 "쓰레기 발생률(LGR)"을 산출했다. 이 수치를 바탕으로 전국 해변의 쓰레기 발생량을 추정한 것이다.


그 결과, 일본 전역의 해변 이용자들이 연간 약 12.5톤의 플라스틱 쓰레기(약 280만 개)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식은 향후 전 세계 해변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



사람이 모이면, 쓰레기도 따라온다

휴가철이면 바다를 찾는 사람들로 붐비는 해변. 맨발로 모래를 밟고, 파라솔 아래에서 간식을 먹고, 물놀이를 즐기는 그 순간에도 사실은 무언가가 바다를 향해 조용히 버려지고 있다.


바로, 사람들이 남기고 간 플라스틱 쓰레기다. 그 양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쓰레기는 어떤 행동에서 비롯된 걸까?



정확한 답을 위해 동원된 놀라운 방법

일본 연구진은 이 질문에 정밀하게 답하기 위해 놀라운 방법을 동원했다.

직접 쓰레기를 수거하는 현장 조사는 물론, 사람들이 해변에 얼마나 머무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모바일폰 위치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연구팀은 일본에서 여름철 가장 인기 있는 유이가하마, 즈시, 시라라하마, 후타미 4개 해변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해변을 걸으며 쓰레기를 직접 줍고, 동시에 촬영 장비로 사람 수를 카운트"시간당 인당 쓰레기 발생량(LGR)"을 구했다. 이렇게 얻은 수치를 기반으로 전국 770개 해변으로 확장 추정했다.



연간 280만 개, 12.5톤의 플라스틱 쓰레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일본의 해변 이용자들이 연간 평균 12.5톤, 약 280만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여름에는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고, 활동도 다양하다 보니 발생량이 월등히 높았다. 여름철 LGR은 가을·겨울보다 무려 2.6배 높았다.



가장 많이 버려진 건 무엇일까?

그렇다면 어떤 쓰레기가 가장 많았을까? 수량 기준으로는 담배꽁초와 필터가 단연 1위였다. 전체 쓰레기의 40%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어서 음식 포장지, 플라스틱 조각, 병뚜껑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무게로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텐트나 매트, 장난감 등 놀이용품과 천 조각, 페트병이 상위를 차지했다.

즉, 담배꽁초는 많지만 가볍고, 텐트나 장난감은 수는 적어도 무게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쓰레기 구성


쓰레기의 구성도 계절에 따라 달랐다. 여름에는 놀이와 식음 활동에서 비롯된 물건이 다양하게 발견되었고, 겨울에는 산책이나 사진 촬영 중 버린 쓰레기가 대부분이었다.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뚜렷했다.

연구진은 이를 시각화하기 위해 NMDS 분석(쓰레기 구성의 유사성을 시각화하는 통계기법)과 샤논 지수(쓰레기 종류의 다양성을 수치화한 지표) 등을 활용해 쓰레기 다양성과 균형도를 정량적으로 비교했다.



세계 최초의 쓰레기 발생률 개념 'LGR'

이번 연구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쓰레기 양을 계산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 한 명이 해변에 1시간 머무를 때 평균적으로 몇 개, 몇 그램의 쓰레기를 만든다’는 개념인 LGR(Litter Generation Rate)을 세계 최초로 수립했다는 점이다.

이는 국가 간, 계절 간 비교가 가능하다는 뜻이며, 향후 해양쓰레기 정책 수립에 있어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결론 및 시사점

이 연구는 일본 해변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정량적으로 보여준 최초의 시도이며, 모바일 빅데이터와 현장 조사를 융합해 정책적 활용 가능성까지 열어주었다.

또한 여름철, 특히 대도시 인근의 해변에서 쓰레기가 집중된다는 사실은 쓰레기통 설치나 금연구역 설정, 행동 캠페인의 타깃을 정하는 데에도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해변은 우리가 즐기고 힐링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우리 손에서 바다로 쓰레기가 흘러들어가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연구는 그 경계를 수치로 드러냈고, 우리에게 선택의 책임을 다시 묻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