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547회 오션 세미나
쓰레기의 세계사
김혜주 ㅣ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국제협력팀장 ㅣ hyejukim@osean.net
자료: 로만 쾨스터(2024). 『쓰레기의 세계사』. 흐름출판㈜
내가 어제 버린 쓰레기는 몇 개일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까지 수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오션의 제547회 정기 세미나에서는 『쓰레기의 세계사』라는 책을 읽고, 어쩌다 인류가 이처럼 수많은 양의 쓰레기를 매일 같이 쏟아내게 되었는지, 그 해결 방안은 어디에 있을지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으로 학술 논문이 아닌 단행본을 읽고 토의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우선 책의 전반에 대한 소개가 진행됐다. 독일의 역사학자이자 쓰레기경제학자인 로만 쾨스터가 저술한 이 책은 역사적 맥락에서 쓰레기의 생산과 처리를 다루면서 당대의 우리가 넘쳐나는 쓰레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이 책은 쓰레기가 단순히 더러움의 상징이 아니라, 인간 문명과 사회구조의 중요한 단서임을 드러낸다. 특히 이 책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식이 사회 구조와 경제 체제, 그리고 권력 관계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읽어 볼 만하다.
세미나는 특히 책의 3부 "대량 소비의 시대"에 초점을 맞추고 전후 자본주의 사회에서 쓰레기가 어떤 방식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슈퍼마켓의 등장, 포장 중심의 유통 구조, 소비자 행동의 변화, 그리고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 낸 대량 폐기의 사회구조를 분석하였다. 특히 슈퍼마켓의 등장으로 쓰레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슈퍼마켓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익명화하고, 대량 포장과 유통을 일상화함으로써 '사고 버리는 일상'을 제도화했다.
포장재와 일회용품은 상품의 일부가 되어 버렸고, 소비자는 이제 상품을 구매하는 동시에 쓰레기를 구매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이처럼 규모의 경제가 쓰레기의 대량화를 부추기고, 그 결과 인간은 거대한 쓰레기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단순한 해결법이나 기술 발전만으로는 이를 바꿀 수 없다. 물론 언젠가는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플라스틱 재사용 기술 같은 것이 발명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확히 언제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쓰레기 양을 근본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은 적어도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일상을 비싸고, 느리고,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값비싼 식료품을 감당할 수 없는 빈곤층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의는 필요하다. 우리는 쓰레기가 우리 자신에게, 일상과 삶에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렸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과거의 방법으로는 오늘날 쓰레기를 감소시킬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이러한 깨달음만으로도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 생각한다.” (로만 쾨스터(2024). 『쓰레기의 세계사』. 흐름출판㈜: p.370-371)
로만 쾨스터는 현대 사회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삶을 불편하게 만들 수밖에 없으며, 기술의 발전이 해결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짚는다. 이어서, 우리가 '쓰레기를 줄일 수 없는 사회 구조' 안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인의 실천보다 더 근본적인 경제적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어진 토의 시간에는 저자가 제안한 문제 해결 방안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다. 세미나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GDP를 통해 '경제 성장'을 판단하는 현재의 패러다임을 '가치의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더 많이 소비하고 생산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전제를 갖고 있는 GDP 측면의 성장 보다는,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인간의 삶의 질을 고려한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버튼 하나로 제품이 집 앞으로 도착하는 지금의 소비 시스템은, 그 이면에 어떤 자원과 노동, 생명까지도 착취하고 있는지 소비자가 알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투명성의 부재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소비자에게 '선택의 여지'마저 지워버린다.
따라서 우리는 보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워 소비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소비와 생산의 전 과정을 성찰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쓰레기의 문제는 결국, 우리가 무엇을 알고 어떻게 선택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쓰레기의 세계사』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자는 외침이 아니다. 그것은 쓰레기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구조와 그 한계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창이다. 우리가 왜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지, 그것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오션이 그동안 다뤄 온 해양쓰레기 문제를 보다 거시적이고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가 바뀌어 나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제 547회 오션 세미나
쓰레기의 세계사
김혜주 ㅣ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국제협력팀장 ㅣ hyejukim@osean.net
자료: 로만 쾨스터(2024). 『쓰레기의 세계사』. 흐름출판㈜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까지 수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오션의 제547회 정기 세미나에서는 『쓰레기의 세계사』라는 책을 읽고, 어쩌다 인류가 이처럼 수많은 양의 쓰레기를 매일 같이 쏟아내게 되었는지, 그 해결 방안은 어디에 있을지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으로 학술 논문이 아닌 단행본을 읽고 토의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우선 책의 전반에 대한 소개가 진행됐다. 독일의 역사학자이자 쓰레기경제학자인 로만 쾨스터가 저술한 이 책은 역사적 맥락에서 쓰레기의 생산과 처리를 다루면서 당대의 우리가 넘쳐나는 쓰레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이 책은 쓰레기가 단순히 더러움의 상징이 아니라, 인간 문명과 사회구조의 중요한 단서임을 드러낸다. 특히 이 책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식이 사회 구조와 경제 체제, 그리고 권력 관계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읽어 볼 만하다.
세미나는 특히 책의 3부 "대량 소비의 시대"에 초점을 맞추고 전후 자본주의 사회에서 쓰레기가 어떤 방식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슈퍼마켓의 등장, 포장 중심의 유통 구조, 소비자 행동의 변화, 그리고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 낸 대량 폐기의 사회구조를 분석하였다. 특히 슈퍼마켓의 등장으로 쓰레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슈퍼마켓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익명화하고, 대량 포장과 유통을 일상화함으로써 '사고 버리는 일상'을 제도화했다.
포장재와 일회용품은 상품의 일부가 되어 버렸고, 소비자는 이제 상품을 구매하는 동시에 쓰레기를 구매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이처럼 규모의 경제가 쓰레기의 대량화를 부추기고, 그 결과 인간은 거대한 쓰레기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중략…)
로만 쾨스터는 현대 사회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삶을 불편하게 만들 수밖에 없으며, 기술의 발전이 해결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짚는다. 이어서, 우리가 '쓰레기를 줄일 수 없는 사회 구조' 안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인의 실천보다 더 근본적인 경제적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어진 토의 시간에는 저자가 제안한 문제 해결 방안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다. 세미나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GDP를 통해 '경제 성장'을 판단하는 현재의 패러다임을 '가치의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더 많이 소비하고 생산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전제를 갖고 있는 GDP 측면의 성장 보다는,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인간의 삶의 질을 고려한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버튼 하나로 제품이 집 앞으로 도착하는 지금의 소비 시스템은, 그 이면에 어떤 자원과 노동, 생명까지도 착취하고 있는지 소비자가 알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투명성의 부재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소비자에게 '선택의 여지'마저 지워버린다.
따라서 우리는 보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워 소비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소비와 생산의 전 과정을 성찰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쓰레기의 문제는 결국, 우리가 무엇을 알고 어떻게 선택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쓰레기의 세계사』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자는 외침이 아니다. 그것은 쓰레기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구조와 그 한계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창이다. 우리가 왜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지, 그것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오션이 그동안 다뤄 온 해양쓰레기 문제를 보다 거시적이고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가 바뀌어 나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